[헤럴드비즈] ‘인도산 반도체’의 시대

인도의 첫 반도체 산업전 ‘세미콘(SEMICON)’이 최근 개최됐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개회사에서 “인도의 반도체는 실패하지 않는다(the chips are never down)”며 “지금이 인도에 투자할 적기”라고 당부했다.

인도와 반도체는 아직은 서로 ‘어색한 동거’를 하는 중이다. 현재 인도 내 가동 중인 반도체 생산 시설(FAB)은 부재하다.

인도 정부는 유관 부처 산하에 반도체 연구기관을 설립했고,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인도공과대(IIT) 산하 연구소에서 관련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조 인력의 숙련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한계가 상존한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 및 주요 팹리스 기업 다수가 현지에 진출해 있다. 네트워크 형성이 용이하고, 광물·가스 등 반도체 핵심 소재를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뚜렷한 이점도 있다.

인도 정부도 그야말로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시설 설립 시 중앙정부가 프로젝트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고, 일정 기간 매출액 증가분의 최대 6%를 보조금 형태로 지급한다. 일부 자본재 및 제조용 부품에 대한 기본 관세도 면제되고, 지난 7월 발표한 연방 예산안에서는 반도체 생산 촉진을 위한 재정지원에만 예상치의 3배가 넘는 5억107만 달러(약 7000억원)를 배정했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 광물인 흑연·실리콘 쿼츠·디옥사이드 등에 부과되던 최대 7.5%의 관세도 2.5%로 대폭 인하됐다.

아직 자국 생산이 불가한 인도는 반도체 수요 대부분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2023년에는 수요의 95%를 수입으로 충족했고, 중국발 수입액이 약 32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제조업 활황에 따른 대규모 반도체 수요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기업에 기회로 작용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소싱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 기회도 확대된다.

인도 정부의 전폭적인 인센티브 및 투자 유인책을 활용해 설비투자(CAPEX)를 모색하는 것도 바람직하나, 아직 전력 및 배수시설이 미흡하고, 물류 지연 등이 빈번히 발생하는 등 첨단 제조업 유치에는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인도가 보유하고 있는 고도의 설계 인력 활용, R&D 및 엔지니어링 센터 설립 등 기술협력의 기회 또한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인도산 반도체’라는 표현은 다소 생경하다. 미디어를 통해 만연히 소비되는 인도의 이미지는 고부가가치를 상징하는 첨단 산업과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인도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기업들의 투심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타타 일렉트로닉스와 PSMC는 인도 최초의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해 투자 규모 110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 중이며, 마이크론이 지난해 발표한 27억 달러 규모의 패키징 공장도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신규 거점으로서 인도의 역량은 다분해 보인다. ‘인도산 반도체’의 시대가 과연 언제쯤 찾아올 지 주목된다.

한종원 코트라 뉴델리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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