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인 명의 도용 대출 관련 공익소송을 승소로 이끈 이연지 인하대 리걸클리닉센터 임상법학교수와 인하대 로스쿨 학생들.[인하대학교 제공] |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설한 리걸클리닉센터가 최근 명의 도용 피해자인 지적장애인을 대리한 공익소송에서 승소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하대 리걸클리닉센터는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학생들과 명의 도용으로 피해 사실을 알게되면서 지적장애인 A씨를 돕기 위해 나섰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신용등급을 올려줄테니 휴대전화와 주민등록증을 잠시 빌려달라고 해 휴대전화와 주민등록증을 넘겨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의 지인들은 한 저축은행에서 A씨 명의로 약 2800만원의 비대면 대출을 신청했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법률홈닥터의 도움을 받아 피의자들을 고소했다.
피고인들은 준사기 등 혐의로 처벌을 받았으나 형사재판의 판결만으로는 채무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A씨는 이자와 원금을 변제해야 했다.
법률홈닥터와 연계해 협력을 하고 있는 인하대 리걸클리닉센터는 A씨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로스쿨 학생들과 함께 저축은행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진행했다. A씨 명의 대출은 명의 도용으로 이뤄진 대출이기 때문에 A씨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인하대 로스쿨 학생들은 자료 조사와 서면 작성 등에 참여하며 A씨가 명의 도용 대출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자 했다. 반대로 저축은행은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은행의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판결 결과 1심 재판부는 “무능력자 제도는 거래의 안전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능력자를 보호하는 것에 근본적인 입법 취지가 있다”며 “공인인증서를 통한 전자서명만으로는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저축은행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1심의 판결이 확정됐다.
A씨와 그의 가족은 장애인들이 이번 사건과 같은 일에 빈번히 연루되고 있는 현실이 널리 알려져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인하대 리걸클리닉센터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공익 소송을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이연지 인하대 리걸클리닉센터 임상법학교수는 “이번 판결은 로스쿨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사건에 직접 참여하면서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 사건에서 실질적 구제를 이끌어 낸 뜻깊은 성과”라며 “비대면 금융거래가 진행될 때 명의 도용 피해자의 책임을 제한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리걸클리닉센터는 지난 2011년 로스쿨 학생들이 법조인으로 진출하기 전 사회와 지역주민과 소통하면서 실제 법적 분쟁을 접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하도록 돕기 위해 설립됐다.
외부변호사와의 연계, 법률상담 사업, 실무교육 프로그램 개발·지원을 펼치면서 법조 인재 양성과 지역사회 공헌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