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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연방 하원 의회가 트랜스젠더 여성은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및 하원 건물 내의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은 20일(현지시간) “화장실, 탈의실, 라커룸 등 의사당과 하원 건물 내부의 단일 성별을 위한 시설은 해당 생물학적 성별을 지닌 개인을 위해 준비됐다”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냈다.
이어 “(트랜스젠더를 위해서는) 각 하원 의원 사무실에 개인 화장실이 있고, 의사당에 남녀 공용 화장실이 있다”며 “여성은 여성 전용 공간을 사용할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올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선출된 트랜스젠더, 민주당 새라 맥브라이드(34·델라웨어) 당선인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2020년 ‘사상 첫 트랜스젠더 상원의원’이 된 데 이어 이번에 ‘사상 첫 하원의원’이 되며 성소수자의 권리 개혁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앞서 ‘트랜스젠더의 여성화장실 사용 금지’를 제안한 공화당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모든 연방 건물, 학교, 공중화장실 등 모든 곳에서 남성의 여성 공간 출입 금지를 원한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입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중 “취임 첫날 학교에서 성전환을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신이 남녀 두 가지 성별을 창조했음을 재확인하는 역사적 행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성명을 내 “모든 의원과 마찬가지로 나는 존슨 의장이 제기한 규정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따를 것”이라며 “나는 화장실을 두고 싸우러 온 게 아니다. 나는 델라웨어 주민을 위해 싸우고 가족들이 직면한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인권 단체와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성소수자 옹호 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의 켈리 로빈슨 대표는 “이 규정은 맥브라이드 당선인뿐 아니라 의사당에서 일하거나 방문하는 모든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생물학적 이분법적 구분을 벗어나 자신의 성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규정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 수년간 의사당에서 일해온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잔인하고 차별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캐서린 클라크 원내 수석부대표(매사추세츠)는 “새로운 공화당 하원 다수파가 435명 의원 중 한 명이 사용할 화장실을 거론하면서 119대 의회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시작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