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마저…트럼프 당선에 후퇴하는 ‘DEI’[디브리핑]

월마트, DEI 프로그램 폐지 발표…보잉·디어앤코 등도 철회 트럼프 당선 후 반DEI 목소리 커져…머스크·밀러 등 반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월마트 매장. [A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에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에 대한 방향을 바꿔 관련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DEI에 반감을 드러내 온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반(反)DEI’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들도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는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020년 설립해 5년간 1억달러(약 1398억원)를 지원한 비영리단체 ‘인종 평등 센터’를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는 여성, 소수자, 재향군인, LGBTQ(성소수자) 등 커뮤니티 구성원이 51%의 지분을 소유한 공급업체에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중단키로 했다. 또 제3자 판매자가 월마트 웹사이트에 성소수자를 위한 물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

아울러 월마트는 회사 내 공식 커뮤니케이션과 문서에서 ‘DEI’라는 용어 사용을 중지하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종 형평성 교육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한 보수 성향 활동가들의 표적이 된 성소수자 지지 단체 ‘인권 캠페인(HRC)’과 성소수자 관련 정책에 대한 데이터 공유 및 순위 참여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의 이 같은 결정은 반DEI 활동가 로비 스타벅이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며칠 앞두고 고객 불매 운동을 주도하기 위해 월마트를 협박했다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을 올린 후 나왔다.

스타벅은 지난주 월마트 홍보 담당자에게 연락해 성소수자의 대의 및 기타 DEI 계획에 대한 지원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약 70만명의 팔로워에게 월마트가 DEI 정책을 변경하지 않으면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스타벅은 소매업체 트랙터서플라이와 제조업체 포드, 디어앤코 등 다른 기업들이 DEI 기조에서 손을 떼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월마트 대변인은 최근 며칠 동안 스타벅과의 대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전부터 공급업체 다양성 프로그램을 포함한 일부 DEI 노력을 재검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마트의 결정은 소속감을 키우고 모든 직원, 고객, 공급업체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자 하는 지점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월마트의 이번 결정은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데이비드 라커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과 이사회가 DEI의 위험과 이점에 대해 “대규모 재고”를 하고 있는 시점에 월마트 결정이 미국 기업 전반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월마트는 경제의 핵심 부분이며 월마트가 무언가를 하는 것을 보면 다른 많은 기업들도 그 뒤를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DEI 기조에서 후퇴한 것은 월마트만이 아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디어앤코부터 보잉까지 최소 10개의 기업이 DEI 정책을 철회했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 후 반DEI 활동가들은 더 대담해졌다.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서 DEI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 중에는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DEI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DEI는 인종 차별의 다른 말”이라고 주장하는 머스크는 2025년까지 총직원의 30%를 유색인종으로 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스타벅스를 여러 차례 공격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토안보보좌관 겸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으로 지명한 스티븐 밀러는 DEI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DEI 계획이 백인 남성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며 연방정부에 항의를 제출했다.

공화당 소속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지난주 하원 최초의 트랜스젠더 의원이 의사당 내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최근 DEI 부서를 해체한 보잉의 켈리 오트버그 CEO는 지난주 회의에서 “보잉은 국방부의 주요 계약업체이며 DEI 프로그램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가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그는 “우리는 DEI라고 불리는 것들과 관련해 다소 격동의 시기를 겪을 것”이라며 “보잉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아무도 차별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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