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완화 등 야당 반대로 부결
단통법 폐지안도 법사위서 계류중
비상계엄 사태가 곧장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주요 경제 법안들의 연내 통과가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정법인 ‘반도체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 등은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필요성을 강조하는 법안들이지만 정기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정부가 추진했던 상속·증여세 완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도 야당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경제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됐다.
11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반도체특별법’은 총 8건 발의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고동진·박수영·송석준·이철규·구자근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김태년·이언주·정진욱 의원이 각각 차례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반도체특별법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대한 여야 간 막판 핵심쟁점 사항은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에 대한 주52시간 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의 논의가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10일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AI기본법’ 제정안 역시 뒷전으로 밀렸다. AI 기본법은 AI 산업 발전을 위한 근거와 책임소재 등 사용 윤리 기준을 담고 있다. 인간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과 관련한 AI 기술은 ‘고영향 AI’로 분류해 정부가 사업자에 책임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앞서 AI기본법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총 19개의 별도 법안을 병합심사해 지난달 26일 통과됐다. 여야는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논의해 정기국회 내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탄핵정국으로 여야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법안심의가 연기돼 연내 처리가 불확실해졌다.
AI기본법과 같은날 과방위를 통과한 ‘단통법 폐지안(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도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안도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었지만 상정되지 않았다.
단통법 폐지안은 이동통신 단말기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은 없애고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단말기 판매 사업자 간 적극적인 지원금 경쟁을 복원해 소비자의 후생을 높인다는 게 폐지 이유다. 대신 이용자 거주지역, 나이, 또는 신체적 조건을 이유로 지원금을 차별 지급하는 것은 금지된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탄핵 정국 속에서도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최고 상속·증여 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세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자녀 1인당 5억원’까지 확대하려던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도 현행을 유지하게 됐다. 현행 자녀 세액공제는 1인당 50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