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럭비’ ‘최강야구’ ‘강철부대’ ‘도시어부’ 장시원 PD가 ‘예능혁신가’인 이유는?[서병기 연예톡톡]

장시원 피디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최강야구’, ‘강철부대’, ‘도시어부’ 등을 만들어온 장시원 PD(44)가 이번에는 넷플릭스 예능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를 내놨다.

2024년 12월 10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 중인 ‘최강럭비’는 승리의 영광을 위해 온 몸을 던지며 필사의 전진을 이어가는 럭비 선수들의 진짜 승부를 보여주는 스포츠 서바이벌 예능이다. 한국전력공사, 현대글로비스, 포스코이앤씨, OK 읏맨 럭비단, 국군체육부대, 고려대, 연세대 등 럭비팀 7개 팀이 출전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승부를 겨룬다.

장시원 PD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소재를 파고들어 끝내는 성공시키는 ‘예능 혁신가’다. 낚시 예능으로 이렇게 주목받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최강럭비’도 대표적인 비인기스포츠다. 7개팀이 출전하는 ‘최강럭비’ 우승상금은 3억원이지만, 이들이 평소 펼치는 경기의 상금은 0원이다. 장시원 PD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럭비 경기에 매료된 듯 했다. 이번에는 왜 럭비였을까?

“‘최강야구’ 시즌1이 끝나고 일본 샷포로에 여행 갔다가 설원을 보면서 중세에 피 흘리면서 싸우는 색감이 떠올랐다. 피가 설원에 뿌려지는 색채 같은 거다. 이런 걸 현대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게 뭘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럭비’였다.”

정말 독특하고 뜬금없다. 필자라면 샷포로 설원에서 “오갱기데스까”라거나 순수낭만의 끝장판 같은 이미지를 연상했을 것 같은데, 장 PD는 중세와 파이팅을 생각하고 ‘럭비’를 연상하다니…

“저도 럭비 경기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작가들에게 자료조사를 부탁하고, 경기장에서 슈퍼리그를 봤다. 럭비 자체가 재밌었다. 이미 상당수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나는 생전 처음 본 건데 충격을 받았다. 오늘 경기를 마지막처럼 했다. 5명이나 실려나갔다. ‘왜 이렇게 하지?’, ‘돈은 많이 버나?’ 이런 의문이 들었다. 상금도 없었다. 그게 순수하게 느껴졌다. 몸을 때려박고 경기를 했다. 뼈와 뼈가 부딪히는 소리가 뻑 하고 그대로 들렸다. 내가 모르는 세계였다. 피를 흘리고 실려나가도 경기는 계속된다. 한 경기당 평균 3~4명이 실려나가는 게 충격적이었다. 다친 사람에게 ‘괜찮니?’보다는 ‘뭐가 아파?’라고 하는 표정이었다. 충격이자 재미있게 다가왔다.”

최강럭비

장 PD의 설명을 들으면 경기마다 사생결단을 내는 럭비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래도 저변화와 대중화와는 거리가 먼 ‘럭비’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위험하지 않았을까?

“과연 재밌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하건 다 두렵다. ‘최강야구’때도, 야구로 되겠어? ‘강철부대’때는 군대로 되겠어? ‘도시어부’때는 낚시로 되겠어? 라는 반응이 있었다. 너무 많이 듣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커져 못한다. 처음엔 재밌다가 생각을 많이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나 스스로도 그렇게 안하려고 한다.”

장 PD도 말했듯이 ‘최강럭비’에는 사운드가 중요하다. 스크럼(SCRUM 8대 8 양 팀의 포워드가 어깨를 맞대고 붙는 힘 싸움)을 형성해 ‘바인드’(BIND, 선수들이 서로 단단하게 몸을 맞대는 단계)를 하면 ‘뻑’ 하고 소리가 난다.

“뼈끼리 부딪히는 충격음을 넣어야 했다. 선수 개인마이크를 제작했다. ‘최강야구’도 마이크를 차고 한다. 럭비는 부상 위험이 있어 특수제작했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마이크를 깔았다. 현장에서 뼈 소리를 딴 게 고스란히 담겼다. 경기하면서 뼈가 부딪치는 소리만 따와 그 사운드를 키웠다. 현장에서는 그림보다 소리가 충격적이었다.”

이처럼 럭비 경기는 박진감이 넘친다. 8강전에서 한국전력은 고려대에 55대 10으로 이긴다. 후반 접어들면서 승부를 뒤집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전력이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점수를 더 많이 얻는 팀이 이긴다. 스코어가 많이 벌어지면 이길 수 없는 걸 선수들도 다 잘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지더라도 쪽팔리게 들어가지 말자. 기세가 보였다. 고려대를 보면서 감동이 있더라. 얕잡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고려대가 때려 박을 때 울컥했다. 왜 저러고 있나? 경기를 보면서 이해되는 부분도 있더라.”

아무리 그래도 장 PD 혼자 너무 럭비 경기에 빠진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만 했다.

“저 혼자 본 게 아니고 제작팀이 같이 보고 같은 감정을 느꼈다. 팀마다 피디와 작가가 배정돼 있는데, 자신의 팀이 트라이 하면 피디와 작가도 함성을 지른다. 계속 보시면 알겠지만 뒤에 보면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제도화 된 싸움’이 벌어지는데, 이걸 공부할수록 점점 빠져들었다. 회의적인 기분이 든 적이 없었다.”

일본은 럭비선진국이다. 하지만 럭비중계는 우리가 일본보다 더 디테일한 것 같다.

“카메라를 140대 정도 사용한다. TV아사이는 5대로 하더라. 럭비도 스포츠라 순간을 잡아야 한다. ‘최강야구’는 100대의 카메라로 촬영한다. 카메라가 아까운 게 아니라 순간의 한 컷이 중요하다.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리팀이나 상대팀이나 모든 감정을 잡아내야 하기에 카메라를 많이 쓴다.”

장시원 피디

국내에는 대학팀과 실업팀을 포함해 14개의 럭비팀이 있다. 그 중에 7개 팀이 참가하고 있다. 섭외과정도 궁금했다.

“섭외의 어려움은 너무 많아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대학교는 학교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실업팀은 다음 경기를 위해 부상의 우려를 제기했다. 팀간 수준 차이 등등도 고려했다. 하지만 럭비 자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고마워해줬다. 럭비는 부상이 필수라, 부상 치료와 보험 등이 필요했다. 룰도 약간 수정했다. 본 게임을 못할 정도로 너무 과격해 현장에서 룰 몇 개를 변경했다. 본게임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전게임은 럭비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방송된다. 스크럼, 트라이, 킥 등 럭비에 관한 이해도를 높여햐 한다.”

장시원 PD는 “럭비 룰이 너무 많아 어렵다. 최소한만 알게 하고 보게하자. 허들이 높다. 나도 럭비가 미식축구인지 알았다. 야구도 룰이 많다. 그 다음에 관심 있으면 찾아보게 하자”면서 “럭비도 대중화시키려면 그냥 볼 수 있게 하자, 그래야 시작할 수 있다. 보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 PD는 수중전과 관련해 “3월초 첫 경기를 강원도 목장, 설원에서 하려고 했다. 그림은 예쁘지만 너무 다칠 것 같고, 위험했다. 수중전은 비가 오길 바래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럭비

또한, 장 PD는 “영연방에서는 3대 스포츠중 하나다. 럭비 월드컵은 엄청나다. 우리도 국가대표팀을 만들어 그들과 붙어보고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말해, 그의 계획이 간단치 않음을 내비쳤다. 대단한 열정이다. 장 PD는 스스로 초반 MC까지 맡기도 했다. “MC라기 보다는 대회 주최자라는 의미다. 제가 설계한 거니까. 대회를 주최하는 게 진실된 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다. 대본 주고 MC를 활용할 생각은 안했다.”

‘최강럭비’를 중계하는 정용검 아나운서는 ‘최강야구’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장 PD는 자신이 정용검 아나운서를 MBC에서 퇴사시켰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개인적 친분이 아니고 몰입감이 있다. 본인이 경기에 빠진다. ‘최강야구’때도 마찬가지고. 자기가 빠지기 때문에 보는 사람도 빠지게 하는 힘이 있다. 감정이 실릴 수밖에 없다. 만들어지지 않는 아마추어 감성도 있다. 여전히 목소리 안에 아마추어가 주는 감성이 있다. 저는 몰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장 PD는 “예능적 보다는 출연자들의 진심 더 부각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도시어부, 최강야구도 그렇지만, 럭비에서 진심과 유머를 녹여내는 게 어렵다. 웃기다가 진지해야 한다. 럭비를 더 알아야 유머도 있다”면서 “캐릭터를 조금 더 살렸으면 한다. 물론 다 살리면 럭비를 보여주기 힘들다”고 했다. 어떤 선수가 인상적이었냐는 질문에는 “연세대 서우현은 킥 잘 하고 리더십 돋보였다. 거의 국가 대표로 구성된 한전의 신다현과 나관형, 현대는 감독이 인상적이었다”고 답했다.

장 PD는 ‘최강럭비’의 타깃이 누구이냐는 질문에는 남녀노소라고 했고, 이번에도 방송 흥행을 자신했다.

“해외 타깃도 아니고, 20대 여성도 아니다. 넷플릭스가 세계적이지만 나는 대한민국 사람을 위해 제작한다. 내가 치밀하지 못하다. 남녀노소 다 볼 수 있는 거다. ‘최강야구’는 남녀노소를 타깃으로 만들었는데, 20대 여성이 제일 많다. 김성근 감독은 7살 아이가 팬이라며 사인해달라고 한다. 야구장에 사람이 몰리고 굿즈를 사는게 기적 같다. 본인들이 돈을 내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게 가슴 벅차다. 저도 롯데 팬이지만 굿즈를 잘 안산다. 일단 끌리고, 궁금하면 파고들어가게 된다. 사람들이 럭비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경상도 사나이, 부산 아저씨의 투박한 인터뷰가 오히려 멋있다. 질문을 하면 한번 필터링을 하고 답하는 PD가 대다수인데, 장 PD는 질문 던지면 바로 원색적인 답변이 나온다. 그의 ‘최강 럭비’ 전망도 밝았다.

“시국이 힘들기는 한데.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몰입할 수 있는 편들이 이어진다. 한번 들어오면 못빠져나가실 거다.”

‘최강럭비’가 공개되자 장 PD는 지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냉정한 지인들은 재밌다고 했다. 밤에 톡이 많이 온다. 이수근 선배도 새벽에 재밌다고 했고, 김준현 씨도 ‘엄청 재밌다’고 연락을 해왔다.”

최강럭비

운동선수는 몸이 전부다. 다음 경기에 대비해야 하는 데 한 경기를 마지막처럼 생각하고, 피를 흘리는 장면이 장 PD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를 준 것 같다. 그것은 국내외 시청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선수가 넘어지면 보호해준다. 그런 것도 좋더라. 한번 보는 데 허들이 있지만 일단 보게 되면 계속 보게 것이다. 트라이를 하다 대역전극이 벌어져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 PD는 여전히 독특한 감독이다. 아니, 계속 독특한 연출자로 남아있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심심함을 많이 느끼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모르는 세계를 탐색한다. 낚시도 모른다. 궁금했다. 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고 물고기 잡는 것도 싫어했다. 하지만 낚시하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재밌다. 안 심심하다. 내가 모르는 세계의 사람을 만나면 안심심하다. ‘강철부대’에서 대형 타이어를 굴린다. 저렇게까지? 저들에게는 명예가 걸려있다. ‘최강 야구’인들의 레전드 세계, 내가 모르는 세계를 만나면 심심하지 않다. 이들의 세계를 재미있어한다. 그들의 세계를 조명하는 게 좋다. 리스펙트하는 부분도 있고. 주목안받는 세계만 찾아다는 것은 아니다. 낚시에서 물고기 1센티 더 큰 것을 잡으려고 찾아다닌다. 그들은 진심이다.”

장 PD에게 다음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남자 3부작, 최강 3부작도 시작됐다. 고민하는 것들이 있다. 혁신이 되는 프로그램을 하고싶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언제까지 잘 되겠냐? 하지만 내가 믿는 바를 하면 되지, 생각만 많이 하면 안된다. ‘도시어부’를 하면서 안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자괴감도 많이 생겼다. 바다에도 나가지 않았는데 이미 실패한 사람이었다. 자기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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