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철강 쿼터 조치…한미FTA 개정협상시 대미 자동차 흑자 거론
조선, 미 해양경쟁력 강화에 따른 군함 MRO 수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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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EPA]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가 동맹·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전쟁을 선포하자 국내 자동차·배터리·조선·철강·반도체 등 주요 업계들이 관련 영향 및 대응방향 수립에 착수했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산 차 쿼터제’ 또는 ‘고율 관세’를 도입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반면, 배터리업계는 미국 현지에 생산체제를 구축 중인 국내 기업에 기회요인이 상존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조선업은 미 조선업 재건과 해양경쟁력 강화에 따른 양국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 신조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를 보편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관련 업계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긍정적인 요인도 기대된다.
자동차·배터리·조선·반도체·철강협회는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 영향 및 대응방안’을 보고했다.
우선, 자동차협회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후 수출 쿼터제와 고율 관세 도입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다. 트럼프 1기 때도 한국의 자동차 대미 수출 흑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2017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때도 주요 의제였다. 2012년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이 대(對)한국 무역에서 최대 단일 적자를 보는 품목이 자동차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량은 총 143만대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이 넘는 51.5%를 차지했다. 현대차 64만대(44.4%), 기아 38만대(26.3%), 한국GM 42만대(29.2%) 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때부터 한미FTA를 두고 ‘일자리 킬러’라고 비난하면서 한국산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결국 한미FTA 개정 협상을 통해 미국은 2019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던 소형 트럭에 대한 관세를 20년 더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철강 제품에 쿼터제를 도입해 한국산 철강 263만t까지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자동차협회는 “무역적자 개선, 제조업 및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해 미국이 관세 부과를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며 “자동차 부문에서 높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실시하고 고율 관세 또는 쿼터 설정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배터리업계는 불안요인과 기회요인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 당일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한 행정 명령 폐기를 공식화했다. 행정 명령 폐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폐지로 이어지게 되면 충격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IRA에 포함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존속 여부가 국내 기업들에 매우 중요하다. AMPC는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에 주는 일종의 보조금으로 보면 된다. 배터리셀은 1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은 1㎾h당 10달러를 환급해 준다.
배터리 업계의 기회요인은 중국산 배터리 제품 관세 인상시 우리 업계의 가격경쟁력 상승해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핵심 역할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배터리 수입의 70%인 131억달러(2023년 기준)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선산업 재건 협조 요청 시, 노후화된 현지 조선소 현대화 등 양국간 협력이 필수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조선업 특성상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또 미 해양 경쟁력 강화에 따른 군함 MRO(보수·수리·정비) 수주 확대와 신조 수주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선업계는 “현재 일부 군수지원함 MRO 수행 중이지만 수익성 높은 전투함의 MRO 및 신조 참여 확대가 기대된다”면서 “정부의 범부처 협의체를 통한 전방위적 협력에 발맞춰 한-미 조선협력의 효율적 대응을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는 대중 고율 관세 및 보편 관세로 인한 전반적인 관세 인상은 정보기술(IT) 완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의 대미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7.5%(106.8억달러)로 반도체 관세 부과 시 수요 감소, 가격경쟁력 약화 등 직·간접 영향이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는 “한국과 미국은 상호보완적 관계의 교역상대국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한 파트너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급 과잉과 국내 수요 축소로 침체에 빠진 철강 업계는 미국 신행정부의 철강 수입 장벽 강화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는 무기, 자동차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철강 제품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내세워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그 결과, 한국산 철강 제품에 쿼터제를 도입해 263만t까지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미 상무부는 철강 232조 재조사 여부를 검토한 후 오는 4월 1일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 부여한 연간 263만톤 무관세 쿼터 축소시 현지에 있는 현대기아차, 삼성, LG 기업에 대한 소재 공급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의 주요 철강 수입국대상으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 내수 및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대미 수출을 통한 수익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