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용 거부 취소해달라” 1심 패소→2심 승소
대법, 부교수 패소 취지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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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7년 전 부교수로 임용됐으나 재임용 요구조건인 ‘필수논문 7편 게재’ 중 6편이 부족했다면 재임용을 거부할 수 있을까. 부교수 A씨는 “재임용 거부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재임용 거부는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과다한 요구조건이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가톨릭대 부교수 A씨가 “재임용 거부 통지를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원심(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은 잘못”이라며 깨고 A씨 패소 취지로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5년 가톨릭대학교 부교수로 임용됐으나 2022년 2월께 재임용을 거부 당했다. 재임용 요건인 임용기간 만료일까지 ‘필수학술논문 등재지 국내 A급 이상 7편’ 중 6편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A씨는 불복했다. “재임용 거부는 부당하다”며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 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재임용 거부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논문 7편 중 4편에 대해선 학술지 발행기관의 사정으로 임용기간 만료일까지 별쇄본을 확보할 수 없어 논문게재 예정증명서를 제출했던 것”이라며 “학술지 발행기관의 사정 때문인데 본인이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또한 “연구업적 기준 외 다른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등 가톨릭대학에 기여한 바가 큰데도 재임용을 거부한 것은 공정함 심사가 결여됐으므로 위법하다”고 했다.
1심에선 A씨가 졌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1부(부장 강동혁)는 지난 2023년 8월, 재임용 거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논문게재 예정증명서만으론 이를 연구실적물로 인정할 수 없다”며 “A씨에겐 필수학술논문 발표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재임용 심사기준에 미달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사유에 근거해 A씨의 재임용을 거부한 것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에 의한 것”이라며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학술지 발행기관의 사정 때문이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씨의 임용기간은 약 7년이었으므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임용기간 만료일까지 논문 원본을 제출하지 못한 것은 A씨의 책임일 뿐 학술지 발간일정에 따른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일축했다.
반대로 2심에선 A씨가 이겼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3행정부(부장 정준영)는 지난해 8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재임용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가톨릭대학이 재임용 심사과정에서 A씨의 연구업적을 적정하게 반영하기 위한 합리적 기준에 따라 공정한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실적물을 구성하는 논문의 요소엔 제목, 형식, 게재된 학술지 등과 같은 형식적 사항도 있으나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실질적인 논문의 내용”이라며 “그럼에도 A씨는 논문게재 예정증명서 4편의 논문에 대해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게재가 예정된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선 그 이전부터 해당 논문의 작성을 위해 연구업무를 수행했음이 분명하다”며 “이는 임용기간 내 학문연구에 관한 실적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엇갈린 하급심(1·2심)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결론은 A씨 패소였다.
대법원은 “A씨에게 7년의 임용기간 중 최소 7건의 논문을 게재하도록 요구한 것이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며 “게재예정 증명서만으론 구체적인 논문의 내용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게재가 확정되지 않은 초안만으로 심사를 실시한다면 그 자체로 심사의 공정성을 저해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임용 대상 교원이 임용기간 내 필수학술논문 발표기준을 충족했는지 여부는 연구실적을 평가하기 위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학생들의 건전한 지식과 인격의 신장을 목표로 그들을 지도하며 가르치는 대학교육의 본질과 교원의 역할에 들어맞는 심사 요소”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A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2심)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깨고,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향후 4번째 재판에서 A씨는 패소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