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대통령제 바꿔야”
보수·진보 차이 미미한데
민주 “내란 종식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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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의 여파로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부상한 가운데, 국민 과반이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개헌의 키를 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개헌 논의 동참을 피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에게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한지 물은 결과 ‘필요하다’ 54%, ‘필요하지 않다’ 30%로 각각 나타났다.
대통령제 개헌과 관련해서는 주로 대통령 임기와 권한 조정이 거론된다. 대통령 임기로는 유권자 64%가 4년씩 두 번까지 할 수 있는 ‘4년 중임제’, 31%는 현행 ‘5년 단임제’가 더 좋다고 봤다.
대통령 권한에 관해서는 ‘현행 수준 유지’ 43%, ‘현행보다 축소’ 35%, ‘현행보다 확대’ 14%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대통령제 개헌에서는 권한보다 임기 조정에 관한 공감대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대통령제 개헌 필요성에는 여야 지지층 간 견해차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층 53%가 개헌에 찬성, 34%가 반대했고, 민주당 지지층 58%가 찬성, 28%가 반대했다. 보수층은 찬성 53%·반대 37%, 진보층은 찬성 56%·반대 28%로 나타났다.
여론 동향이 이 같은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특히 여권 대선 주자 후보군 위주로 개헌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대한민국헌정회를 방문해 “반드시 개헌이 필요하다”며 “총선과 대선 임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개헌 내용으로는 분권형 대통령제, 국회 상하 양원제 도입, 상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거론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숫자를 200명으로 줄이되 상·하원으로 나누는 양원제를 도입하고, 4년 중임 정·부통령제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야를 초월한 국민개헌연합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당 차원 개헌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잠룡들을 지원 사격하는 모양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등 야권 일각에서도 개헌론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 대표를 위시한 민주당 주류는 개헌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면 과제는 내란 종식이고 개헌은 그다음 과제”라며 “(조기) 대선 기간 동안 후보들이 행할 공약과 토론 등의 경연 과정을 거치고 국민의 지지와 선택을 확인한 후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했다.
각종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대표가 잠재적 기득권을 쉽게 놓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향후 이 대표가 개헌 관련 입장을 내놓더라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에 개헌을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해당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4.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