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MS 정립 전파 과정 등 공개
R&D 중요성 강조 등 혜안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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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1월 최종현(왼쪽) SK 선대회장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대통령과 만나 환담을 나누는 모습 [SK 제공] |
“(정치) 불안 요소 때문에 괜히 기업인까지 들뜰 필요는 없다.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경영 활동 일체가 유고 27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SK는 그룹 수장고 등에 장기간 보관해 온 30~40여 년 전 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해 디지털로 변환, 영구 보존·활용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지난달 말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2023년 창사 70주년 어록집 제작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옛 자료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 프로젝트를 추진한지 2년 만이다. SK 관계자는 “‘선경실록’으로 불릴 만큼 방대한 사실의 기록은 한국 근현대 경제사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로 쓰일 전망”이라고 했다.
최 선대회장은 사업 실적·계획 보고, 구성원과 간담회, 각종 회의와 행사 등을 녹음해 원본으로 남겼다.기록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이 같은 방침은 SK 고유의 기록 문화로 계승됐다.
이번에 복원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형태로 약 5300건, 문서 3500여건, 사진 4800여건 등 총 1만7620건, 13만1647점이다. 최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만 오디오 테이프 3530개에 달한다. 이는 하루 8시간 연속으로 들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만큼 상당한 분량이다. 기록에는 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매니지먼트 시스템)를 정립하고 전파하는 과정,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서 임직원과의 토론하는 장면 등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최 선대회장은 1982년 신입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인재라면 외국 사람도 쓰는 마당에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지연, 학연, 파벌을 형성하면 안된다”며 한국의 관계 지상주의를 깨자고 말했다. 1980년 중반 임원·부장 신년간담회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2년 임원과 간담회에서는 “연구개발(R&D)를 하는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며,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R&D 중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해 SKC 임원 회의에서는 “플로피디스크(필름 소재의 데이터 저장장치)를 팔면 1달러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으면 가치가 20배가 된다”며 우리나라 산업이 하드웨어 제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 유럽 한 국가의 왕세자 면담을 위해 준비한 보고서에는 앞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한 국제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면서 법정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제안이 담겨있다.
SK 성장 과정도 최 선대회장 목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계경제 위기를 몰고 온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 당시 정부 요청에 따라 최 선대회장이 중동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석유 공급에 대한 담판을 짓는 내용 등이 음성 녹취에 담겨있다.
SK는 디지털 아카이브 자료를 그룹 고유 철학인 SKMS와 수펙스추구 문화 확산 등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최 선대회장 경영 기록은 한국 역동기를 이끈 기업가의 고민과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보물과 같은 자료”라며 “양이 매우 많고 오래 돼어 복원이 쉽지 않았지만, 첨단기술 등을 통해 품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한영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