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 ‘순정남’ 관식, 판타지 아닌 어딘가 존재할 우리 아버지”

 

 젊은 시절 관식을 연기한 배우 박보검[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제주 섬놈 ‘양관식’은 소위 ‘재벌 3세 남자친구’보다 더 비현실적인 남자다. 9살 코흘리개 때부터 시작한, 아내 오애순(아이유·문소리 분)에 대한 순애보는 죽을 때까지 평생을 이어가며 깊은 감동을 준다.

젊은 시절 관식을 연기한 배우 박보검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관식을 판타지적 인물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분명히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식을 연기할 때 과묵하지만 성실함의 근본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분위기를 오랜 시간 고민하고, 어떻게 연기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양배추 달아요.” 시장 좌판에서 애순의 양배추를 대신 팔아주며 한 그의 첫 대사다. 박보검은 “이 대사 한마디가 관식이의 모든 걸 설명해 준다고 생각했다”며 “애순을 수호하고 지지하는 관식의 모든 마음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박보검은 “관식은 운동을 하는 친구이다 보니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평소에 말을 많이 안해 목소리 톤이 높지 않다”며 “아버지(유병훈 분)는 제주 사람이고 어머니(오민애 분)는 타지에서 온 점을 고려해 ‘양배추 달아요’라고 말할 때 제주어의 운율과 어머니 톤의 중간에 맞추려고 했다”고 말했다.

극중 관식은 애순과 함께 부산으로 야반도주를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다. 이후 이들의 애정전선은 주변의 방해로 얼룩진다. 이때 관식은 체육 관련 유학을 위해 육지로 떠나려다 배를 돌리지 못하고 맨몸으로 바다를 건너 애순에게 돌아온다. 박보검은 이에 대해 “당시 아이유랑 상의한 적도 없었는데 애순이 ‘옷값 물어내야 해’라는 대사를 하고 눈이 마주치자 와락 끌어안았다”며 “연기하면서 대본에 없던 서로의 서사를 만들어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보검의 진가는 딸 ‘금명’의 출산 이후 아버지가 되고 나서 나타난다. 순정남 청년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책임지는 가장이 된 그는 ‘등짝’으로도 연기할 정도로 극 안에 녹아든다. 그는 “듬직한 느낌을 주려고 근육량만 4~5㎏ 늘렸고, 바닷가에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처럼 더 그을리게 분장했다”며 “내적으로도 행동에 신중함을 더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아역 배우 부모님들이 현장에 와 그들을 챙기는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박보검은 “나중에 딸을 낳으면 애순이가 바라보는 모든 시선에 조용히 꽃을 심는, 관식이 같은 남자와 결혼하라고 말할 것”이라며 “본인 사람도 잘 챙기고, 일도 잘하는데 그걸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이 관식”이라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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