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서울서 일했는데 파주 발령 날벼락…사전 면담 조차 없었다 [세상&]

서울행정법원[헤럴드DB]


해당 직원 부당 인사조치에 노동위에 구제조치 신청 인용
전국재해구호협회 불복해 중앙노동위 상대 행정소송 냈지만 패소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서울서 장시간 근무했던 직원들을 파주로 갑작스럽게 발령낸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강재원)는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일부 직원들을 파주의 북부센터로 이동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2023년 7월 서울사무소 소속 직원 4명을 경기도 파주시 소재 물류센터(북부센터)로 전보발령했다. 북부센터를 거점으로 재난안전 교육사업을 전담하는 재단교육아카데미팀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했다. 협회는 기존 서울사무소에 있던 직원들을 북부센터에 배치했다. 4명 중 3명은 협회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 통근 거리가 적게는 10km 많게는 30km 이상 증가했고,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 또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전보 발령 대상이 된 직원들은 해당 인사 이동이 부당한 조치라며 서울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서울노동위는 업무상 필요성이 없고 생활상 불이익이 커 부당하다며 이들의 신청을 인용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 또한 같았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효율적인 구호 활동을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이에 따른 인사 이동은 정당하다는 취지였다. 사단법인인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인사 조치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근무지 변경에 따라 월 20만원의 교통비도 보전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전보 발령 조치의 업무상 필요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 반면 전보 발령 대상자들이 얻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취지다.

먼저 재판부는 근로자에 대한 전보 또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지만 근로기준법 위반, 권리 남용 등 소지가 있을 경우 법원이 따져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인사이동에 관한 업무상 필요성은 사용자의 주관적 판단에만 의할 것이 아니다”며 “객관적인 사유, 기업 운영의 효율성·합리성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선 협회의 인사 발령 조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육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교윤훈련 인력들 간의 긴밀한 업무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전보 대상자 4명이) 근무지를 달리하게 될 경우 업무 협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전보 대상자의 경력이 인사 배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상자 2명에 대해 “주로 재난현장 등 업무를 담당하다 북부센터 배치 이후 구호물품 상하차 출고 등 물류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1종 대형면허나 지게차가 필수적인데 면허가 없어 직접 출고하지 못하고 다른 면허 소지 직원에게 부탁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원고의 면허 취득 요구는 사용자로서 정당한 권한이라 보기 어렵다. 전문성이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력 배치를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근무지 이동에 따라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생활상 불이익이란 직무 내용과 조직 변경에 따른 업무 수행 어려움, 정신적·육체적 불이익을 모두 포함한다”며 “장기간 근무하던 근무환경이 갑작스럽게 변경돼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상자는) 재난 발생 시 1시간 안에 출근해야 하는데 근무지 변경으로 업무 수행 어려움이 가중됐고 차량 렌탈 비용을 별도로 지불했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전보는 근무지를 이례적으로 변경하고 상당한 생활상 불이익을 초래한다. 면담 등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요구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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