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추격 속 최신 그래픽용 D램으로 선제 반격

엔비디아, 신제품에 GDDR7 탑재 예고
GDDR7 선점 삼성전자 수혜 기대감
AI가속기 ‘B40’·‘루빈 CPX’에 공급



엔비디아가 내년 하반기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플랫폼 ‘루빈(Rubin)’에 기반한 신제품 ‘루빈 CPX’ 출시를 예고하면서 메모리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빈 CPX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신 그래픽용 D램 ‘그래픽스 더블데이터레이트(GDDR)’를 탑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전선이 HBM을 넘어 최신 GDDR로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최근 들어 엔비디아에 GDDR7(사진) 공급을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일 엔비디아에 따르면 내년 출시할 AI 반도체 루빈 CPX에는 HBM이 아닌 128GB(기가바이트) GDDR7이 탑재된다.

엔비디아는 기존 AI 반도체 플랫폼인 ‘호퍼(Hopper)’와 ‘블랙웰(Blackwell)’에서는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 옆에 붙어 연산을 보조할 메모리로 HBM을 택했다.

그러나 루빈 CPX에서는 다른 결정을 내린 셈이다. 반도체 업계는 루빈 CPX에 대해 비용 절감과 HBM 의존도 완화를 노린 엔비디아의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GDDR은 주로 노트북, 게임기 등의 그래픽카드에 들어가 고화질 동영상이나 고성능 게임의 그래픽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메모리로 잘 알려져 있다. HBM을 제외하면 현존하는 메모리 중 데이터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르다.

최신 제품인 GDDR7의 경우 이전 세대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진 데다 가격은 HBM보다 저렴해 최근 AI 메모리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았다.

AI 추론 과정은 ‘프리필(Prefill’)과 ‘디코드(Decode)’ 두 단계로 나뉘는데 프리필 단계에서는 빠른 연산이 요구된다. 엔비디아는 속도에 특화된 GDDR7을 탑재한 루빈 CPX가 프리필 단계를 전담하도록 했다.

반면, 메모리 대역폭이 중요한 디코드 단계에서는 기존 계획대로 HBM4를 탑재한 루빈 GPU ‘R200’으로 처리하는 이원화 전략을 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HBM에만 의존하지 않고 GDDR7까지 활용해 총소유비용(TCO)을 낮출 수 있다. 동시에 메모리 업체는 기존 HBM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GDDR7 채택이 병행돼 수혜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HBM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엔비디아로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GDDR7을 병행 탑재해 비용 부담을 덜고 AI 추론 시장에도 대응하는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GDDR7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7월 업계 최초로 16Gb(기가비트) GDDR7을 개발한 데 이어 10월에는 24Gb GDDR7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 엔비디아의 RTX 프로 6000 블랙웰에 GDDR7을 공급 중이다.

최근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GDDR7 공급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할 AI 가속기 ‘B40’에 이어 내년 하반기 루빈 CPX에 공급이 유력시된다. HBM 시장에서 뒤진 삼성전자의 D램 사업 수익성을 그나마 끌어올릴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은 1b(10나노급 5세대) D램 생산능력이 대부분 HBM3E에 할당돼 엔비디아 요구에 적기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GDDR7의 독점적 공급 지위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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