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설마 불법이었다고?…K-타투 33년 만에 의료인 독점 깨진다 [세상&]

13년 만에 본회의 의결 앞둔 ‘문신사법’
법제화 외쳐온 타투유니온 지회장 인터뷰
“문신사법이 소비자, 작업자 모두 보호할 것”

지난 22일 오후 김도윤 타투유니온지회장이 작업실에서 문신 시술을 하고 있다. 김도윤 기자.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1992년 대법원이 비(非)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불법화한 지 33년. 제가 타투일을 시작한 지 20년. 녹색병원과 함께 타투위생감염관리지침을 마련한 지 6년. 문신사 관련법이 폐기되고 다시 발의되기를 4번 반복한 끝에 국회 본회의 문턱 앞에 와 있습니다.”

비의료인도 문신(타투) 시술을 할 수 있게 한 문신시술사법(문신사법) 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본회의 문턱만 남겨두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 타투유니온 지회장인 김도윤(45) 씨의 소회는 남달랐다. 타투유니온 지회에는 1100여명의 타투 시술사(타투이스트)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다.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김씨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는 프랑스인 고객의 팔에 문신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타투 예술가들이 국내외에서 주목 받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외국인 손님도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작업실 곳곳에는 수십 가지 타투 염료와 세정제, 멸균기 같은 장비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이 타투유니온 조합원들에게 감염관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타투유니온 지회 제공]


타투이스트는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가 ‘미래 유망 직업’으로 선정한 일자리다. ‘42299’라는 직업코드가 존재하고 2019년 국세청이 업종분류 코드에 문신 서비스(930925)를 추가하면서 사업자 등록과 납세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사법 체계에서 문신업은 불법이다. 직업인으로서 법의 보호는커녕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다.

1992년 대법원은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판단했다. 의료 행위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만 할 수 있도록 의료법은 규정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타투 기술을 배워온 사람이 자기 작업장을 차리고 문신 시술을 해주는 행위는 의료법이나 보건범죄단속법 위반으로 간주됐다.

2000년대 들어서 문신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퍼지면서 타투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문신 서비스를 업으로 삼은 이들도 늘어났다. 법제화를 추진하는 시민모임이 구성됐고 ‘문신 시술을 의료인만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등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1992년 대법원 판례’의 벽은 높았다.

불법 노동자로 분류된 타투이스트들은 고객의 협박과 갈취에도 보호받지 못했다. 김씨는 “2020년 조합이 생긴 첫해에만 협박받고 있다는 조합원의 전화를 150건 받았다”며 “작업자의 과실이라면 업무상 과실여부를 따져볼 수야 있겠지만 사기나 협박을 당하더라도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신은 비위생적, 편견 깨려는 ‘자정 노력’

서울의 한 작업실에서 타투이스트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김씨는 2020년 타투유니온 지회를 세우고 ‘타투 합법화’를 추진했다. 가장 먼저 문신을 둘러싼 편견과 오해를 깨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노동자 친화병원인 녹색병원과 함께 타투이스트 감염관리 지침을 만들었다. 타투업계 스스로 위생·안전 지침을 만들어 작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려는 일종의 ‘자율규제’였다.

김씨는 “녹색병원과 협업해 문신 도구 멸균 방법이나 멸균 도구 활용법을 소개하고 감염관리 교육을 진행했다”며 “소독보다 한단계 더 높은 단계인 멸균을 고집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정착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도윤 타투유니온지회장의 작업실에 타투염료가 진열돼 있다. 김도윤 기자.


법 생기면 ‘문신사 면허’ 등장···‘문신사 제도화 민관 협의체 TF’ 조직
국회 본회의 상정을 눈앞에 둔 문신사법 제정안에는 ‘문신사’라는 직업을 신설하고 관련 자격시험 절차 등이 규정됐다. 타투 시술소는 문신사 자격을 갖춰야만 운영할 수 있고 지자체 등록을 거쳐야 한다. 문신사는 위생·안전관리를 위해 매년 위생교육과 건강진단을 받아야 하고 사용 기구는 반드시 소독·멸균해야 한다는 검역지침도 담겼다.

또 미성년자에겐 문신 시술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마약 중독자나 성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은 문신사 면허(국가시험)를 받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타투 시술 이후에 손님에게 부작용이 발생하면 문신 시술자가 책임을 지도록 한 근거도 마련됐다.

타투이스트 감염관리 지침을 만든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문신사법은 예술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며 “감염관리를 꼭 의사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사들이 검역과 관련한 교육이나 감독의 주체로서 기능할 수 있다면 타투이스트들에게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안을 두고 의료계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문신사법에 ‘의사는 문신사 면허 없이도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다’는 근거가 담기면서 배제된 한의사나 치과의사들이 “명백한 차별이며 위헌적 요소”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 본회의를 통과하고 공포되더라도 시행까지는 2년의 준비기간을 두기로 했는데, 이 기간 사이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은경 대한미용보건교육원 원장(보건학 박사)은 “문신사법 제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 유지에 있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 제정의 목적에 부합하는 위생 및 안전관리 교육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교육이나 위생관리에 의료계가 참여해 함께 그 과정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타투유니온 지회를 중심으로 미용·보건·노동계 등 19개 단체가 참여한 ‘문신사 제도화 민관 협의체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됐다. 행정부 등과의 소통을 위한 단일 창구를 구성하고 법안 통과 이후에 시행령 마련 등 후속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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