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금융사고 배상제, 2금융권선 유명무실”

배상률 1.6%, 1년간 2건 배상
5대 은행도 10% 정도만 조치
금융사 “과실 인정될라” 소극
당국 “피해 배상” 법제화 예고



금융당국이 비대면 금융사고 피해액 일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규정을 제2금융권까지 확대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실제 2금융권 배상 사례는 단 두 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에 맞춰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 추가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사 자율에 맡겨 책임분담기준 유명무실=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도입해 제3자가 무단이체, 카드 위변조, 개인정보 탈취 등으로 금융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힌 경우,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피해 일부를 배상하도록 했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법원에서 금융사의 배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금융사의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우선 도입됐고 올해 1월부터는 2금융권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나 제도가 2금융권으로 확대 도입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도 실제 배상 사례는 미비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2금융권(증권사·저축은행·상호금융·보험사·카드사·캐피탈사·우체국 등)에서 배상된 사례는 여신금융업권에서 단 2건에 그쳤다. 이는 전체 신청(123건) 중 1.6%에 불과하다.

기존에 제도를 시행 중이던 은행권에서도 제도 활성화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올해 1~8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자율배상제도로 배상이 이뤄진 사례는 4건에 불과해 전체 신청 건수(79건) 대비 5%에 그쳤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1건(129만원) ▷신한은행 2건(476만원) ▷농협은행 1건(1193만원)이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배상 사례가 없었다.

분석 대상을 제도 운영 전체 기간(2024년 1월~2025년 8월)으로 확대해 봐도 전체 신청건수(176건) 대비 배상(18건)은 10%고 배상 총액도 은행권 통틀어 1억4119만원에 그쳤다. 금융사 자율에 기반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기술투자·홍보 부족…“소비자보호 구호에 그쳐”=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와 달리 적극적인 배상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금융사가 배상에 나설 경우 ‘사고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금융사는 제도 자체의 홍보를 꺼리는 분위기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책임분담기준이 도입됐다고 하지만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홍보한 적이 없다”며 “사실 해당 제도가 무엇인지 현업에서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사별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기술 편차도 제도 운영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FDS는 비대면 금융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핵심 기술임에도, 일부 금융사는 투자비 부담 등을 이유로 시스템 개선에 소극적이다”라며 “금융사에 배상 책임을 강제할 수 없어 현 단계에서는 금융사 자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속은 경우 보호대상 제외”…반쪽짜리 제도=제도의 한계도 명확하다. 현행 제도는 ‘제 3자에 의한 무단이체’ 등 명백한 외부 침입에만 적용된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피해자가 직접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 경우 배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진수일(42·사법연수원44기) 상호금융법학회 변호사는 “금융사가 고의·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면 배상 의무가 면제되는 구조라 현실적으로 금융사가 배상에 나설 유인이 없다”며 “사실상 의미 없는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보이스피싱 대책의 하나로 금융회사의 과실 책임이 없더라도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을 올해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무과실 배상 책임을 신설하기 위한 입법 보완 작업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서 진행 중”이라며 “연내로 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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