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적폐청산 시즌2’?…떨고 있는 관가 [이런정치]

군·검·경 등 집중점검 기관 인사 2월까지 ‘안갯속’
외교부 40여개 공관장 ‘공석’ 장기화…‘살라미 인사’
공직사회 ‘대대적 물갈이’ 불안감 “앞날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 기관 및 독립기관을 제외한 49개 전체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해 인사 조치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테스크포스(TF)’를 지시하면서 관가가 두려움에 휩싸였다. 지난번 문재인 정부에 이은 사실상 ‘적폐청산 시즌2’로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에 마련된 헌법존중 TF는 군(합동참모본부)과 검찰·경찰,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외교부·법무부·국방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소방청·해경청 등 12개 기관을 집중점검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 기관은 최소 내년 2월까지 인사발표가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 인사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통상 1~2월이 중앙부처 고위직(국장급 이상) 정기 인사 집중기다. 행안부·기재부·산업부·교육부 등은 예산 및 업무계획을 반영하기 위해 2월 초 인사를 단행한다. 기재부·산업부·행안부는 2월·8월 정기 인사, 외교부는 1월·8월 공관장 교체, 국방부는 11월 장성급 인사가 발표되는 식이다.

관가에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인사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권 출범 6개월차이자 각 부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된지 한참이 지난 최근까지도 실·국장급 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사 적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연히 ‘12·3 비상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하느라 인사가 늦어진다’는 말이 나왔지만, 이번 TF 발족으로 확실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하위직 전보·후속 인사도 줄줄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신년 예산 집행, 조직개편 등 행정 일정이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주요 정책 결정이 지연되고 공석 장기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당장 외교부의 경우 현재까지 총 173개 공관장 중 40여개 공관장 자리가 비어있으며, 정권 출범 초부터 여러 명의 인사가 한꺼번에 나지 않고 1명씩 발표되는 ‘살라미 인사 발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6월 이후 현재까지 발표된 공관장 인사를 살펴보면 차지훈 주유엔대사, 이혁 주일본대사, 강경화 주미국대사, 노재헌 주중국대사, 신형식 주교황청대사, 이석배 주러시아 대사 등 6명 공관장 인사만 발표됐다. 공관장의 경우 대통령실과 조율 하에 발표되고 있는 데다, 최근 대통령실이 특임 공관장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석 장기화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인사 또한 정권 출범 이후 13차례로 나뉘어 발표되고 있다.

결국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 TF에서 나타난 공직자들의 업무 위축과 불안감 확산 등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조사 대상이 된 공무원 수는 수만 명에 달했는데, 일부는 퇴직 후에도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공무원 사회의 사기 저하가 문제로 지적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특강에서 “공직자들이 의무로 주어진 일 외에 책임질 여지가 있는 일은 절대로 안 하기로 마음먹기 시작한 게 현 공직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제도도 바꾸고, 풍토도 바꿔서 공직자들이 선의를 가지고 하는 일에 대해서 사후적인 책임을 묻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 정책이 과도한 감사·수사 대상이 되는 악순환을 끊겠다”고도 선언했었다. ‘정책 보복 방지’를 보장한 대신 ‘정치 보복’을 예고한 셈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TF는 다만 이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2월 13일까지 인사 조치를 마무리하는 등 한시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가동 연장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 부처는 향후 TF의 조사 요구가 오는 대로 신속히 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TF가 인사 발표에 무슨 영향을 줄 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향후 고위급·실무급 인사가 더 날지 안 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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