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80% 이상 줄었다…코스피 고점 랠리 속 자금조달 ‘속도조절’ [투자360]

코스피 유증 620억으로 ‘반토막 이하’…코스닥도 동반 축소
“상위·하위 기업 모두 유증 유인 약해져”…발행시장 이례적 냉각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7.00포인트(1.67%) 오른 4078.571로 시작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유상증자액이 최근 두 달 새 80% 이상 급감하면서, 코스피가 여러 번 고점을 경신한 강세장 속에서도 상장사들의 ‘발행시장 축소’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수 랠리와는 달리 기업들은 자금 확충에 한층 신중해지며 확장형 조달에 속도조절에 나선 양상이다.

1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17일부터 11월 17일까지 최근 두 달간 유가증권시장 내 유상증자 금액은 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두 달(7월16일~9월16일) 3724억원 대비 83.35%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유상증자 건수도 12건에서 9건으로 줄어, 강세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질적 자금 조달은 눈에 띄게 위축됐다.

코스닥시장 역시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유상증자 건수는 85건에서 57건으로 축소, 자본금 또한 2231억원에서 1357억원으로 약 39% 감소했다. 다만 절대 규모만 놓고 보면 코스닥 유상증자 금액이 코스피의 두 배 이상으로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보다는 자금조달 흐름이 일정 부분 유지됐다.

중기 지표로 봐도 유상증자 축소 흐름은 뚜렷하다. 최근 6개월(2025년5월~2025년11월) 동안 코스피 유상증자는 35건·6097억원으로, 직전 6개월(2024년11월~2025년5월) 50건·1조1867억원 대비 유상증자 자본금이 약 49% 감소했다. 코스닥 역시 같은 기간 220건에서 184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코스닥 시장 내 무상증자는 확연한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6개월간 무상증자는 29건·2197억원으로, 직전 6개월(19건·851억원) 대비 자본금은 158% 급증했다.

증시가 4000선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자금조달이 위축된 배경에 대해 학계에서는 양가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상증자는 크게 투자 자금 마련이라는 긍정적 목적과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한 부정적 목적이 공존한다”며 “지금처럼 유상증자가 줄어든 상황은 어느 한쪽으로 단정 짓기 어렵고, 두 요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본질가치보다 시장 가치가 높을 때는 같은 지분을 팔아도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강세장에서의 유상증자가 일반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번 흐름에 대해 “실적이 좋은 기업들은 사내유보가 충분해 굳이 유상증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투자자들이 재무 여력을 엄격히 따지면서 부정적 목적의 유증은 실권 가능성이 커져 추진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투자 보류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이 교수는 “최근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설비투자나 확장보다 현금 보전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정부의 정책자금 방향이나 인공지능(AI)·첨단산업 투자 흐름을 지켜보며 투자 타이밍을 조절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기관 중심 수급 구조를 핵심 이유로 지목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지금의 시장은 기관이 끌어올린 장세이며, 특히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억제하면서 지수 상승이 유지되는 구조”라며 “그러나 발행시장에서는 이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아 기업들이 유증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주 발행 시 유통 물량 증가로 주가가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발행 연기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