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채권단에 금융지원 신청

정부 심사 이어 금융지원 신청 수순
부채상환기간 연장, 추가대출 등 골자
HD현대케미칼도 조만간 신청서 제출
금융권 “사업재편 방향 구체화 안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석유화학업계에서 처음으로 사업재편계획을 도출한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석화기업 채권단 간사 역할을 하는 한국산업은행에 구조혁신 지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HD현대케미칼도 조만간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지원 요청은 기존 부채에 대한 상환 기간 연장과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사업 신규 투자에 대한 추가 대출을 핵심으로 한다. 다만 그간 물밑에서 진행해 온 사전협의 과정에서 지원 규모를 두고 의견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최종 지원 결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27일 석화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6일 산업통상부에 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사전심사를 신청하면서 산은 측에 금융지원 신청서를 냈다. 산업부의 재편안 승인과 동시에 채권단의 금융지원 승인이 이뤄져 자금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청 절차에 빠르게 돌입한 것이다.

HD현대케미칼도 조만간 산은 측에 금융지원 신청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빠르면 이번주 중으로 신청이 완료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석화기업 채권단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상 금융지원 논의는 기업의 구조혁신 지원 신청에서 출발한다. 각 기업이 정부 승인 심사와 별도로 채권은행에 구조혁신 지원을 신청하면 채권은행 자율협의회가 실사를 통해 사업재편계획의 타당성을 점검하고 필요한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주요 절차는 간사인 산은을 통해 진행되나 주채권은행이 자율협의회를 이끌며 사실상 논의를 주도하게 된다는 전언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주채권은행은 각각 신한은행, 산업은행이다.

채권단은 양사가 공유하는 사업재편계획을 바탕으로 금융 요구 조건을 검토할 예정이다.

석화업계에서 “사실상 금융이 모든 키를 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사업 재편에 있어 유동성 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금융권에서는 아직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업재편 방향성이 구체화되지 않아 보인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목소리다. 예컨대 물량을 얼마큼 줄이느냐, 통폐합하는 두 공장 중 어느 공장이 존속하느냐 등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사업재편계획이 유효하다는 판단이 있어야 금융지원을 할지, 또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자금을 투입할지 결정할 수 있는데 아직은 모른다”며 “제출하는 안을 봐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합친다고만 했지 법적인 절차를 어떻게 할지는 물론 어떤 회사가 문을 닫고 어떤 회사가 존속할지도 모르는 상황 아닌가. 채권단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다 보니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전체 감축 목표치가 정해진 상황에서 전남 여수나 울산 등 다른 석화단지에서는 사업재편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구체적인 감축 물량 확정 등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전날 석화업계와 만나 산업재편계획서 제출 기한을 12월 말로 다시 한번 못 박으며 석화기업의 신속한 사업재편을 촉구했다.

기업과 채권단이 금융지원 사전 협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는 점은 변수다. 각 기업은 사업재편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채권단과 접촉해 필요한 금융지원 사항에 대해 논의해 왔으나 아직 이렇다 할 합의점은 찾지 못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산업 재편 지원이 계획돼 있다 보니 석화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되레 정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토로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석화업계 상황이 산업 환경 및 재무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은행권에서는 3~4년 전부터 익스포저 관리를 진행해 왔다”며 “다만 석화 재편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예정돼 있다 보니 지금은 익스포저 재편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산업 재편과 맞물려 추후 상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금융이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전향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그만큼 석화업계도 업황을 직시하고 강도 높은 재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아무래도 기업은 자기 살을 도려내야 하는 고통이기에 구조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금융권은 구조조정안이 더 현실적이고 충실한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독려하고 기업도 이에 호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특히 구조조정의 성패가 ‘속도’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질질 끌면 모두가 위험해진다”며 “‘빨리 서둘러야 모두가 살 수 있다’는 자세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희·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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