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떠받쳤다…KDI “건설 부진 속 경기 완만한 회복 흐름 유지”

금리 인하·소비쿠폰 효과에 서비스업 생산 양호
반도체 수출은 회복, 건설·고용 개선은 지연

 

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점에 붙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안내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소비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가운데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더해지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생산과 고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2025년 1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개선세는 유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가 공식적으로 ‘경기 개선’ 기조를 유지한 것은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이다.

KDI는 “누적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에 점진적으로 파급되는 가운데 정부 지원 정책도 지속되며 소비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서비스업 생산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전산업 생산의 완만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물지표를 보면, 10월 전산업 생산은 명절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축소 영향으로 전월 대비 감소했지만, 9~10월 평균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간 대비 1.6% 증가하며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부문별로 보면 건설업 생산은 9~10월 평균 기준 -14.2%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고, 광공업 생산도 자동차·일반기계 부진 영향으로 증가율이 1%대에 그쳤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보건·사회복지(6%대), 금융·보험업(4%대)을 중심으로 3%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체 생산 흐름을 떠받쳤다.

기업 심리도 제조업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지속한 반면, 비제조업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흐름을 보였다. KDI는 “소비 개선이 서비스업과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실물 회복을 견인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소비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와 정부 정책이 맞물리며 당분간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10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0.3% 증가하며 증가 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9~10월 평균 기준으로는 1.3% 증가해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했다.

특히 10월에는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과 지역화폐 할인 정책 영향으로 의복·식료품을 중심으로 소비가 크게 늘었다.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 소비도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 증가하며 서비스 소비 개선 흐름을 뒷받침했다.

소비 심리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4로 기준치(100)를 크게 웃돌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DI는 “소비쿠폰 지급에 따라 소매판매는 단기적으로 등락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소비 여건은 완만하게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설비투자는 업종 간 온도 차가 뚜렷했다. 10월 설비투자는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전월 대비 감소했지만, 9~10월 평균 기준으로는 4%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자동차와 기타 운송장비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지표를 끌어올린 결과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일반 산업용 기계, 기타 기기류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역시 기저효과 영향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KDI는 “선행지표상 운송장비 호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기계류 전반의 본격적인 회복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 부진은 이번 경기 진단에서도 가장 큰 하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10월 건설기성은 전년 동월 대비 24.6% 감소하며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는 명절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축소 영향이 컸지만, 9~10월 평균 기준으로도 -14%대의 큰 폭 감소세가 이어졌다.

건축과 토목 부문 모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고, 11월 건설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50 초반 수준으로 장기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선행지표인 건축수주는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주가 착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실제 투자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11월 수출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으며, 일평균 기준으로는 13%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40%대 급증세를 이어갔고, 자동차 수출도 중고차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다만 KDI는 “반도체 수출의 높은 증가세는 가격 급등에 일부 기인한 것”이라며 “물량 기준 증가율은 과거보다 둔화되는 조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여타 품목 수출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입은 에너지 자원을 제외한 품목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했으며, 무역수지는 97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한·미 관세 후속 협상 이후에도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적법성 판결을 앞두고 있어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고용 여건은 소비와 밀접한 업종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개선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10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9만3000명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전월보다 축소됐다.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는 감소세를 지속했고, 일용직 고용도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다시 줄었다. 반면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분야 등 소비 관련 서비스업 고용은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계절조정 기준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연초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실업률은 2.6%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KDI는 “소비 개선이 일부 고용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제조업·건설업 부진이 고용 전반의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해 소비 회복세의 지속성과 수출 회복의 확산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와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당분간 경기 하방을 지지하겠지만, 건설업 장기 부진과 통상 불확실성, 제조업 회복 지연 등 구조적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KDI는 “소비와 반도체 수출이 경기 하방을 떠받치고는 있지만, 건설 투자와 제조업 전반의 회복 없이는 경기 회복세가 본격적인 확장 국면으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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