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 결과 터치스크린 2.1m·카드 투입구 1.9m 높이
손 위로 뻗어도 터치스크린 안 닿고 글자도 안 보여
예결위 “서울시 로고…예산 낭비 현장 여과 없이 노출”
“충전 불편 해소 아닌, 충전 불편 체험하는 곳”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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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유수지 공영주차장에서 설치된 서울시 전기차 충전기. 측정 결과 지상에서 2.1m 높이에 있었다. 박병국 기자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불편해서 어떻게 써요. 못 써요.”
지난 9일 찾은 서울 마포구 마포유수지 공영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충전기 상단의 터치 스크린을 누르기 위해서 손을 뻗었지만 닿기가 쉽지 않았다. 충전기가 바닥 하층부에서 상당한 높이로 설치돼 있어서다. 고개를 들었지만 터치스크린 글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눈대중으로도 터치스크린은 지상에서 족히 2m 정도 높이에 있었다. 충전기에서 벗어나자 멀어지자 중앙에 큼직막히 박힌 ‘서울특별시’라는 로고가 드러났다.
이처럼 서울시가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 일부가 손이 닿을 수 없는 높이로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시의회는 “충전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충전 불편을 체험하는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 마포유수지 공영주차장에 설치한 200㎾ 급속충전기 두 대를 철거하고, 높이가 낮은 다른 급속충전기로 교체하기로 했다.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는 서울시의회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1월 부터 새로운 충전기로 교체할 것”이라며 “서울에너지공사가 설치를 했지만, 시가 관리 감독을 잘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충전기의 대당 가격은 6870만원으로 서울시가 소유하며, 서울에너지공사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낮은 급속충전기로 그냥 교체를 하면 돼서, 추가적인 예산은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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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측량 결과 서울 마포유수지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의 터치스크린은 지상에서 2.1m 높이에 있었다. 줄자에서 보이는 ‘10㎝’는 ‘2m10㎝’를 가리킨다. 본지 기자가 지지대에 올라서서 한손으로 사진을 찍어 촛점이 흔들렸다. 지지대에 발 디딜 공간이 부족해 서있기도 쉽지 않았다. 박병국 기자 |
본지 기자가 현장을 찾아 직접 줄자로 높이를 재봤다. 지상부터 터치스크린까지는 2.1m였다.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 씨의 키가 207㎝로, 서장훈도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려면 손을 위로 뻗어야 되는 높이다. 키 178㎝인 기자는 까치발을 하고 손을 뻗어야 간신히 터치스크린에 닿았다. 신용카드 투입구까지 거리도 1.9m로 높아, 여성들은 사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이번에는 충전기 지지대에 올라 터치스크린을 시도해봤다. 충전기 옆쪽에는 올라갈 자리가 있지만,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앞쪽에는 발을 올려놓을 공간이 부족하다. 어린이용 버스를 충전하러 마포유수지를 매일 찾는다는 김모(66) 씨는 “서울시가 설치한 (해당) 충전기에 충전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불편해서 못쓴다”며 “충전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지만, 모퉁이에 발을 올리고 충전기를 거의 껴안고 사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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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측량 결과 서울 마포유수지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의 카드 투입구는 지상에서 1.9m 높이에 있었다. 줄자에서 보이는 ‘90㎝’는 ‘1m90㎝’를 가리킨다. 박병국 기자 |
이 같은 내용은 서울시의회의 2026년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지적됐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시의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6년도 서울특별시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에 시 소유 급속충전기 35기를 구축하기 위해 33억700만원을 편성요청했다.
하지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유수지라는 특성상 급속충전기를 의도적으로 높게 설치한 것일 수 있으나, 인접한 민간운영사의 급속충전기가 설치된 높이와 비교하여도 이용이 제약될 만큼 부적절한 높이로 설치됐다”며 “서울시 예산이 효과적이지 못하게 집행된 사실보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마포유수지 공영주차장 내 서울시 급속충전기에는 ‘서울특별시’가 인쇄되어 있어 시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인 현장이 시민들께 여과 없이 노출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업별설명서에는 사업의 기대효과를 ‘충전 불편을 해소’하는 것으로 기재하고 있음에도 실제로는 ‘충전 불편을 체험’하는 사례일 수밖에 없고, 마포유수지 공영주차장내 서울시 급속충전기 설치 사례처럼 부적절하게 구축된 유사 사례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전문위원은 “충전기 구축비용 33억 700만원에 대해 일부 삭감이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의회의 지적에 따라 서울시가 지난달 긴급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은평구 앵봉산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도 부적절하게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이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