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보다 승무원이 많아”…대한항공 괌 노선 ‘좌석 유지 명령’ 두고 시끌

공정위, 2019년 대비 90% 좌석 유지 명령
괌 인기 ‘시들’…180석 비행기에 3명 탑승
대한항공 괌 노선 시정명령 변경 신청
“경직된 노선 운영에 경쟁력 악화 우려”


대한항공 B787-10. [대한항공 제공]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대한항공이 인기가 시들해진 괌 노선에 대해 시정명령 변경을 신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으로 비인기 지역에 대해서도 항공편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들어 180석 비행기에 승객이 단 3명이 탑승하는 사례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공정위의 시장명령이 역으로 지방 공항 노선 확대에 발목을 잡고, 공급과잉에 따른 독과점을 일으키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인천-괌 노선’과 ‘부산-괌 노선’에 대해 시정명령 변경을 신청했다. 지난달 17일 ‘청주-제주’ 노선에 대해 변경을 신청한 데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신청은 공정위가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부과한 ‘공급 좌석 수 축소 금지’ 시정조치를 완화해달라는 취지다. 당시 공정위는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40개 노선에 대해 2019년 공급 좌석 수 대비 90% 수준으로 공급을 유지하라고 시정조치했다.

공정위는 독과점 횡포를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해당 조치가 공급 과잉을 초래해 독점 상태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공정위가 기준으로 삼은 2019년과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서울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여객기가 이동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당시 괌은 가족 여행지 및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었지만, 2023년 태풍 피해에 따른 관광 인프라 악화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괌이 태풍 피해를 복구하는 사이 동남아 대체 여행지들이 부상하고,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상승하면서 매력도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급감한 수요에도 대한항공과 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가 공급을 유지하면서 공정위의 시정조치 취지와 달리 역으로 독과점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괌 노선 중단 결정을 내렸다. 최근 공정위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라 독과점 우려가 있는 국제선 노선에 대해 이관 접수를 받았지만, ‘인천-괌’, ‘부산-괌’ 노선에는 신청이 없었다.

대한항공 역시 괌 노선의 적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행 수요 축소로 옆좌석이 모두 비어 누워서 비행하는 이른바 ‘눕코노미’ 후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괌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한 180석 규모 대한항공 여객기에는 승객이 단 3명 탑승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해당 규모 항공기에 기장, 부기장, 객실 승무원 등 최소 6명이 탑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객보다 승무원이 많았던 셈이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공정위는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시정명령 변경여부 충족 여부 등을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외 노선은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있다. 현재 대한항공이 취항 중인 여객 노선은 총 106개 도시로, 이 중 40개 노선에 공급좌석 축소 금지가 이뤄져 시장 상황에 따라 비슷한 사례가 또다시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항공산업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직된 노선 운영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4년 4분기 이후 대부분의 LCC는 적자 전환했고, 현재 전체 출국자 침투율은 2019년에 도달한 반면 총여객 수는 2019년을 초과했다”며 “내년 항공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노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에 달려있다”며 “일본항공(JAL), 아시아나항공 등이 노선을 유연하게 운영하지 못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고려할 때 시장 상황을 고려한 공정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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