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원유 운반선 스키퍼, 2022년부터 제재 대상
자동선박식별장치 끄고 이란 등 제재국과 비밀리 원유 거래
트럼프 “적재된 원유, 우리가 갖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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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포트호세 해안에 베네수엘라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스키퍼호를 비롯한 여러 선박이 정박해 있는 모습의 위성사진.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미국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유조선을 상대로 몰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유조선에 실은 원유를 몰수하려고 한다. 우리는 제재 대상인 선박들이 암거래되는 원유를 싣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을 지켜보지만은 않겠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백악관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며, 이 선박은 일명 ‘그림자 선박(shadow fleet)’이라 전했다.
그림자 선박은 제재 대상국을 상대로 은밀하게 원유를 공급해온 선박을 말한다. 그림자 선박으로 암거래를 하면서 베네수엘라는 이란 등 미국의 제재를 받는 나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번에 나포된 유조선 ‘스키퍼(Skipper)’는 대표적인 그림자 선박이다. 지난 2022년부터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제재 대상 원유를 운반해왔다.
그림자 선박이 해상에서 미국 등 경찰국가의 눈을 피해 암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은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거나, 선박 항로·위치 등의 정보를 허위로 송출하는 ‘AIS 스푸핑’ 덕분이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스키퍼는 지난달 중순 AIS를 끄고 베네수엘라에서 약 110만 배럴의 메레이(Merey) 중질유를 비밀리에 선적했다. 이 메레이 중질유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였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케플러의 분석가 매트 스미스는 “스키퍼가 이전에도 ‘다크 활동(dark activityㆍ이란산 원유의 은밀한 운송)’에 사용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케플러의 분석에 따르면 스키퍼는 지난 2년 동안 AIS스푸핑을 80일 넘게 시도했다. AIS 스푸핑으로 위치를 숨기고 여러 차례 환적을 하면서, 원유의 출처와 목적지를 쉽게 알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주로 AIS스푸핑을 시도했던 지역은 이집트, 이란, 지중해, 가나, 나이지리아 등이다.올해 입출항 기록에서는 베네수엘라 호세항과 이란 카르그 섬에서 원유를 실어 나른 기록이 있다. 지난해에는 시리아 항구도시 바니야스를 방문했다.
케플러의 디미트리스 암파트지디스는 “스키퍼는 AIS 송신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경로를 보여주는 기만적 운항 패턴을 분명히 드러냈다”라며 “특히 장기간에 걸친 AIS 스푸핑 동안 조작된 위치 정보가 송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스키퍼는) 이란의 원유 선적에 관여하는 등 공시된 항로와 전혀 맞지 않는 활동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스키퍼의 활발한 AIS 스푸핑은 미국 제재 당국도 눈여겨보고 있다. 스키퍼는 2022년부터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대상 선박으로 지정됐다. 스키퍼 선박 소유주로 알려진 선박회사 트라이톤 내비게이션도 같은 해 OFAC 제재 명단에 올랐다.
수년간 이어온 그림자 선단의 기만적 운항은 이번 미군의 나포 조치로 끝났다. 미국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수개월 전부터 나포 작전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바다에 있거나 베네수엘라 항구에 정박한 유조선들을 감시하면서, 이들이 공해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백악관 행사에서 “알다시피 우리는 방금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 아주 큰 유조선이다. 사실 역대 가장 큰 나포”라며, 선박에 적재된 원유에 대해서는 “아마 우리가 갖게 될 것”이라 말했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루 리포우 대표는 “제재 대상 유조선을 나포한 목적은, 그림자 선단에 속한 원유 구매자와 선주들에게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싣는 행위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전했다. 최근 트럼프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의 자금줄을 막고, 그의 퇴진을 앞당기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라피던 에너지 그룹 설립자이자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에너지 고문을 지낸 밥 매크낼리는 “과거 이란 관련 사례를 보면 원유를 매각하고 미국 정부가 그 대금을 가져왔다. 민사 자산 몰수 절차가 있다”며 “이번에도 같은 절차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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