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AI·망분리 양립 어려워…3월말 망분리 개선 완료”

네이버와 ‘공동 AX 컨퍼런스’ 개최
이해진 의장 “유연한 DNA가 중요”
중앙은행 ‘소버린 AI’ 구축 첫 사례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6년 한국은행-네이버 공동 AX 컨퍼런스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이제는 AI 활용과 기존의 망분리 정책은 더 이상 양립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기에 망분리와 관련된 정부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21일 오후 한은 본관 컨퍼런스홀에서 네이버와 개최한 ‘공동 AX(AI 전환) 컨퍼런스’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남북관계 등 지정학적 특수성과 최근 급증하는 사이버 위협을 고려할 때 공공금융 부문에서 망분리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지만 AI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연산 자원의 활용과 인터넷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이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망분리란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내부망과 인터넷을 활용하는 외부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함으로써, 데이터 유출과 외부 해킹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이날 네이버와 함께 개발한 자체 AI(인공지능)을 ‘BOKI’를 소개는 중에 나왔다. 그는 “한은의 AI 도입은 다른 중앙은행과 구별되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소버린 AI’와 ‘망분리’ 문제”라며 “미국, 중국에 이어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서는 AI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육성해 나가는 것이 산업정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소버린 AI란 특정 국가나 조직이 자체적인 데이터, 인프라, 인력, 기술을 활용해 AI 모델을 독립적으로 개발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어 “이번에 한은이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협력해 AI를 개발한 것은 민관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AI 산업을 한 단계 더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총재는 망분리에 대해 “한은은 국가정보원의 협력 하에 망개선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소버린 AI 구축과 망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최초의 기관이자 망분리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는 첫 번째 공공기관이 됐다”며 “오는 3월 망분리 개선이 완료되면, 한은 AI의 활용 범위와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BOKI’ 도입으로 조직 문화 전반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축적된 지식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가 바뀌고 직원들 간 정보 접근성과 활용 역량의 격차도 점차 축소될 것”이라며 “직원들의 AI 활용 역량이 한층 강화됨에 따라 한국은행 직원들은 한은 내부 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은 AI 도입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교훈을 우리만의 성과로 남기지 않을 것”이라며 “망개선과 소버린 AI 육성의 첫 성공 사례로서, 공공부문 전반이 참고할 수 있는 모범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환영사에서 “네이버와 한은은 데이터가 국가 중대 전략자산이라는 공감대 아래 기술 속도뿐 아니라 신뢰 안정성 우선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이번 협력이 한은의 일하는 문화에 혁신을 더하고, 한은은 물론 국가의 인텔리전스(지식)에 기여하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 기업과 기관에 정말 필요한 것은 이종적인 것과 성공적인 협력을 만들어내는 유연한 DNA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네이버와의 민관협력을 통해 자체 구축한 ‘BOKI(금융·경제 특화 소버린 AI)’를 처음 공개했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인프라와 LLM(대형언어모델)을 제공하고 한은은 금융·경제에 특화된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특히, BOKI는 한국은행 내부망(on-premise)에 구축한 소버린 AI로서 글로벌 중앙은행 최초의 사례라고 한은은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 2020년부터 AI/ML(머신러닝)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조사연구 고도화와 데이터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 정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BOKI 개발은 지난 2024년 본격적으로 시작해 1년 반에 걸쳐 내부자료 디지털화,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모델 설치, AI 서비스별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수행해왔다.

BOKI의 서비스는 한국은행 주요 업무와 관련된 5개 필러(pillar)로 구성돼있다. 다양한 행내외 조사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사용자 질문에 답변하고, 내부 규정과 지침 자료를 토대로 정확한 근거와 맞춤형 답변을 제공한다. 또한 사용자가 올린 문서에 대해 요약과 비교분석, 그리고 질의응답도 제공한다. BOKI를 한은의 종합데이터플랫폼인 BIDAS와 연결해 자연어로 데이터를 검색하고 분석방법을 제시하고, 한은이 생산·공표하는 자료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한다.

한은은 향후 업무영역별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BOKI의 개발은 한국은행 업무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가운데 민관협력을 통해 이루어낸 소버린 AI의 모범적 사례로서 국내 AI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유관기관 등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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