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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각 부처 업무보고에 이어, 최근에는 부처 산하 기관들의 업무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KTV와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되는 방식 또한 동일하다. 국가 정책의 수립과 점검 과정이 공개와 소통의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전이라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업무보고와 각 부처의 산하 기관 업무보고는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통령은 취임 후 몇 달이 지난 시점에서 과거 정책의 공과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반면, 부처와 그 고위 관료들은 그렇지 않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산하 기관 업무보고를 복기해보면, 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과기부총리를 비롯해 차관, 실·국장 등으로 구성된 과기부는 40여 개가 넘는 산하 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고, 과기부총리는 미진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주요 주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출연연 간 협력을 강화해 한국형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 둘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R&D 생태계를 구축할 것. 셋째, AI 확산에 전력을 다하되, 피지컬 AI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것 등이다. 이러한 요구는 시의적절하며, 연구현장의 문제의식과도 대체로 부합한다. 다만 이를 받아들이는 연구현장의 속내가 편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예컨대 한국형 제네시스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시도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PBS 제도로 인해 과제가 지나치게 파편화된 정부 연구제도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는 개별 출연연의 의지 부족이라기보다, 제도적 한계의 문제에 가깝다.
기업과의 협력 역시 마찬가지다. R&D에서 산학연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개별 출연연 차원의 노력을 넘어, 부처 간 역할 분담과 정책 연계를 고려한 국가 R&D 생태계 구축이라는 거대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새롭게 출범한 과기부총리 체제에 거는 기대이기도 하다. AI 분야의 선택과 집중, 이른바 ‘AI 3강’ 전략 역시 국가 전략으로 수립되고, 출연연은 그 이행 주체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부처가 산하 기관의 발전을 위해 업무보고를 받고 개선을 주문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번 업무보고의 방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기부 과거 정책에 대해 과기부총리와 혁신본부장은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지만, 자리에 함께한 다른 고위 관료들은 결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과학기술계는 대규모 R&D 예산 삭감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 올해 예산이 일부 회복되었지만, 그 부정적 여파가 해소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제시된 여러 요구 사항의 근저에도, 이러한 정책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기부 정책 실패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연구계는 직접적인 사과를 듣지 못한 채, 오히려 질책과 개선 요구를 먼저 마주해야 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출연연 역시 제 역할을 다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제 역할’은 과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여되고 있는지, 지금 이 시점에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