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빚을 도박으로 만회했어요”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청소년 도박 [세상&]

서울경찰, ‘청소년 도박 실태 설문조사’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도박을 해 본 청소년 가운데 10명 중 7명은 남학생이며 다수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은 친구의 권유로 도박을 처음 경험하게 됐고 자금은 대부분 용돈으로 충당했다.

서울경찰청은 28일 서울 시내 청소년 3만47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해봤다고 응답한 청소년 718명의 70% 가량인 502명은 남학생으로 여학생보다 비율이 높았다. 도박을 시작한 연령도 초등학교 5학년이 가장 많아 중학교 때 시작했다는 응답이 대다수였던 전년 조사에 비해 더 어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들이 경험한 도박은 대부분 76%가 온라인상 도박이었다. 온라인 도박 유형별로 ‘e스포츠·게임 내 베팅’이 25%로 가장 많았고 ‘실시간 게임’(22%), ‘바카라 등 불법 카지노’(21%), ‘불법 스포츠 토토’(7%) 등이 뒤를 이었다.

도박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친구나 또래 권유로 접했다는 답변이 40%로 가장 많았다. 스트리밍 방송이나 소셜 미디어 광고를 보고 시작했다는 답변은 18%를 차지했다.

도박을 해 본 청소년들의 76%는 용돈을 도박 자금으로 썼다고 답했으며 8%는 부모·가족 카드를 이용했다고 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는 답변도 각각 4%, 3%였다. 학교폭력이나 타인의 돈 갈취 등 불법적인 방법을 썼다는 답변도 2% 정도 있어 청소년 도박이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도박으로 인해 돈을 빌리거나 빚을 진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3%였다. 이 중에는 빚을 갚기 위해 도박으로 만회했다거나 중고물품 사기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갚는다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우울·불안 등 정서적인 문제와 학업 저하, 가족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는 도박을 중단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90%가 ‘도박은 청소년에게 위험하다’는 것 동의했다.

서울경찰청-서울특별시교육청 ‘청소년 도박 집중·예방 관리’ 안내물. [서울경찰청]


경찰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오는 2~4월을 ‘청소년 도박 집중 예방·관리 기간’으로 운영한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 기관과 함께 불법 도박 사이트 단속도 강화할 예정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청소년이 도박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도록 불법 도박 공급자에 대한 엄정 단속하는 동시에 청소년에 대한 예방·치유 활동을 병행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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