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먼저”
국토부 “서울시 판단 잘못, 공공이 더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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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당정 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희량·신혜원 기자] 29일 발표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이틀째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태릉CC,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을 포함해 정부가 발표한 서울 공급물량(3만2000가구)의 절반 이상을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직접적인 협의 당사자인 서울시와 국토부 간 논의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빠른 공급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는 전일 정부의 1·29 대책 발표 3시간 만에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긴급 브리핑을 진행했다. 정부의 공급대책이 단기에 시장이 원하는 유형의 물량을 내놓지 못할 뿐더러 시의 도시개발계획 구상과도 배치된다는 게 이유였다.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호 공급 등 서울시의 입장(최대 8000호)과 다른 안을 발표하자 공식적으로 반대를 드러낸 것이다.
대책 이틀째인 오늘(30일)도 서울시와 국토부의 강대강 대치는 지속되고 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KBS1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민간 공급을 억누른 10·15대책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서울시의 요구는 단 한 건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 또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서울시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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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의 핵심이었던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대해 서울시는 8000가구 이상 주택공급이 강행될 경우, 1인당 녹지비율이 줄어들고 소형 주택이 대거 공급돼 양질의 주거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라 주장했다.
시는 “용산은 3~4인가구를 위한 30평대 아파트가 주력이 되야 한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라며 “1만호가 되면 10평대 소형 평형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1인당 녹지 비율이 (6000가구 기준) 7.9㎡에서 4.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체 녹지 면적이 40% 정도 축소돼 주거의 질이 하락할 것이라는게 시의 입장이다. 토지이용계획까지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기간도 2년 넘게 추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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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덕(왼쪽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울시의 반대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선 소형 평형이 늘어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8000가구에서 2만가구 이런 식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면 소형평형이 확 늘어날 수 있겠지만 용산은 용적률이 800%, 1000%에 달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차관 또한 “사업 지연 우려는 사업 계획을 수정하면 되고, 수정도 (우려만큼) 시간이 안 걸린다는 게 저희의 판단”이라며 서울시의 주장을 일축했다.
6800가구로 잡은 태릉CC 공급안을 놓고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태릉CC 개발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태릉CC 개발은 2020년 8·4대책에서도 추진됐지만 태·강릉의 세계문화유산평가 문제, 남양주·구리 일대로 이어지는 교통 문제, 주민 반대 등으로 수년간 지연된 과거가 있다. 시는 “해제되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면적에 비해 주택공급 효과가 미비하다”면서 “대신 인근 중계동 등 도심 정비사업을 통하면 2만7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국토부는 태릉CC 일대의 만성적인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대책과 노원구의 자족기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동대문구 국방연구원 부지 등은 시와 자치구와의 높이, 경관 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해 사실상 반대했지만 이번 공급안에 들어갔다”면서 “강남구청 부지는 갈 곳이 정해지지도 않았고 중랑 면목행정복합타운은 시가 진행 중이던 사업임에도 신규부지처럼 포함됐다”고도 지적했다.
국토부는 강남구청 노후청사 복합개발에 대해 “이전지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구청과의 개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태릉CC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하도록 국가유산청과 협의가 돼 있고 교통대책도 같이 내놓을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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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덕(왼쪽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이 같은 첨예한 입장 차는 국토부는 공공 주도 공급을,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주택 공급 문제 해법으로 바라보는데서 비롯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 주도 방식이 물량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유리하지만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이 주택공급의 90%를 담당하는 만큼 공급 절벽을 해소할 수 있는 단기 처방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10·15대책 이후 이주비 대출, 조합원 지위 금지 제한 완화 등을 통해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빠른 물량 확보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을 높여줘도 또 입주하는데는 7~8년 이상 걸려 오히려 공공 주도 공급이 더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게 저희 판단”이라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 영향도 있어 국회가 공론화를 해 달라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양쪽의 이견 차가 지속될 경우 인허가에서 착공, 입주까지로 이어지는 기간만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제시한 공급 효과를 적시에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계획대로 된다해도 가장 빠른 대상지의 착공은 빨라야 내년이다. 대상지에 따라 이재명 정부 임기(2030년6월) 이후에 착공이 예정된 곳들도 적지 않다. 임기 말로 갈수록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대책안에 따르면 서울 용산 도시재생 혁신지구(324가구)는 내년 12월, 강서 군부지(918호)는 내년 착공이 목표지만 물량이 대거 집중된 태릉CC(6800가구), 성남시 일원(6300가구), 과천시(9800가구)의 경우 2030년 착공이 예정돼 있다. 34개의 노후청사 및 유휴부지 사업 리스트(34곳) 중 절반 이상은 2030년 12월 착공이 목표인 만큼 실 입주는 차기 정부에서나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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