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준의장 결단, 왜 워시였나 [1일1트]

①금융·정계 폭넓은 네트워크 구축…월가 전문가들 “긍정적”

②한때 유력 후보자 해싯, 트럼프 친밀도가 오히려 패착

③트럼프 면접서 점수 딴 워시…“금리인하 지지”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지난 2014년 12월 영국 런던의 영란은행에서 열린 워시 보고서 발간 발표 기자회견에 참여한 모습. [EPA]

 

“나는 케빈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며 그가 위대한 연준 의장 중 한 명, 아마 최고의 연준 의장이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발표 당시 발언.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됐다. 2017년 연준 의장 지명 당시 제롬 파월 의장에게 밀린 뒤 9년 만에 마침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택을 받게된 것이다.

워시 전 이사는 어떻게 차기 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제칠수 있었을까.

①금융·정계 섭렵한 ‘인맥왕’… 장인은 에스티로더 상속자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지난 2017년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 컨퍼런스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워시 전 이사는 수십년에 걸쳐 금융권과 정계에 두터운 인맥을 구축하고 있었던 점이 해싯과는 차별되는 강점으로 부각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워시 전 이사가 지난해 말부터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되자, 금융계 거물들 사이에서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은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의 한 비공개 콘퍼런스에서 워시 전 이사가 시장의 신뢰를 가진 후보라고 묘사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월가의 지인들에게 “다음 연준 의장은 워시가 돼야 한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WSJ는 “월가 인사들은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노골적으로 ‘해싯 위원장을 경합에서 밀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워시를 지지하는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워시 전 이사의 연준 의장 지명 소식 이후에도 금융권에선 그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워시는 깊은 전문성, 폭넓은 경험, 날카로운 소통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도 “워시는 탁월한 선택”이라며 “그는 연준 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일 때의 위험과 지나치게 긴축적일 때의 위험을 모두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워시 전 이사가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의 상속자 로널드 로더의 사위인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로널드 로더는 트럼프 대통령과 약 60년간 알고 지낸 친구이자, 든든한 정치 자금 후원자로 알려져있다.

②한때 지명률 80% 해싯…“트럼프와 너무 가깝다” 역효과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서관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AFP]

워시 전 이사가 처음부터 4명의 연준 후보들 가운데 유력후보로 점쳐진 것은 아니었다. 후보군은 워시 전 이사를 포함해 ▷해싯 백악관 국제경제위원장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 ▷릭 리더 블랙록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4명이었다.

특히 해싯 위원장은 후보들 가운데에서도 오랫동안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세간을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베팅 플랫폼 ‘칼시(Kalshi)’에선 해싯이 지명될 가능성이 80%대로 집계됐을 정도였다.

하지만 해싯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은, 차기 연준 의장 최종 지명 과정에서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해싯 위원장이 지명될 경우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가 커졌다. 이는 워시 전 이사가 지난해 말부터 급부상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CNBC 방송은 지난해 12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고위 인사들이 해싯 위원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싯 위원장이 연준 의장에 오를 경우 금융시장에서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들어 미국 법무부가 연준 청사 개보수와 관련해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것은 후보 경쟁 구도를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가 공식 영상을 통해 공개된 이후 공화당을 비롯한 초당적 반발이 일어났는데, 그 후폭풍을 가장 크게 맞은 쪽은 해싯 위원장이었다는 분석이다.

WSJ는 “해싯 위원장은 몇 달 동안 언론에 나와 파월 의장을 공격해 왔다”며 “해싯 위원장의 ‘트럼프와의 친밀도’는 한때 최대 강점으로 평가됐지만, 결국 약점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해싯 위원장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당신을 지금 자리에 그대로 두고 싶다”고 말한 발언은, 그가 유력한 연준 의장 후보군에서 사실상 탈락하는 데 쐐기를 박았다고 WSJ는 전했다.

③트럼프 면접서 점수딴 워시…리더는 반감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

워시 전 이사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인사라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지명에 한몫했다. 지난해 12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전 이사와 가진 면담이 후보 지명에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WSJ는 “관련자들에 따르면 워시 전 이사는 ‘연준을 맡으면 금리 인하를 지지해 줄 수 있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답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이사를 새로운 ‘유력 후보’로 시사하며 국면이 바뀐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반면 최근까지 유력 후보로 관심을 모으던 리더 CIO는 면접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미 예측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선 지난달 25일 리더가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은 50%까지 치솟으며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바 있다.

WSJ는 “리더는 면담을 마치고도 자신의 위치가 어딘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한 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에서 리더는 금리에 대한 ‘3-4-5’ 구상을 제시했다. 기준금리는 3%,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 30년 모기지 금리는 5%대 중반을 목표로 하자는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리더가 과거 민주당과 2024년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니키 헤일리를 후원했던 이력은 일부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흠으로 여겨졌다고 WSJ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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