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수도권에 역차별…중앙-지방정부 수직관계여선 안돼” [민선 8기 혁신 지자체장을 만나다-유정복 인천시장]

3년 평균 5.3% 경제성장…출생아 10.2% 증가
단순 재정투입 벗어난 인천 맞춤형 정책 성과
중앙정부 보조금, 자원 활용의 비효율만 초래

4년간 40조 투입…수도권 주민에 부담 전가
통합시장보다 교부세 등 재원배분 개편 우선
분권형 개헌으로 지방정부 자율권 보장 필요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광역시청사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 시장은 “중앙정부 중심의 권력 운영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이상섭 기자



“통합특별시 정책은 정치적·정략적이며 나아가 철학 없는 졸속 정치행위일 뿐입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에서 군불을 때고 있는 통합특별시 추진과 관련해 “선거를 앞두고 인심 쓰기 위한 고도의 인적개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헤럴드경제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인천광역시청에서 유 시장을 만나 인터뷰를 갖고 지방정부의 오늘과 내일을 조망했다.

대한민국 ‘특별·보조금공화국’ 비판…지방정부 중앙정부와 대등·협력관계

유 시장은 먼저 이재명 정부가 최근 야심차게 추진 중인 행정통합 ‘특별시’ 구상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에 4년간 40조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세대를 위하는 진심어린 고민보다 그저 다가오는 지방선거만 의식한 정치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비수도권의 행정통합은 수도권에 사는 국민에게 역차별적 정책이라며 재원 마련 역시 결국 수도권 주민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청와대 한 마디에 지원액은 2배로 뛰었는데 정부가 어떠한 원칙과 기준으로 연간 10조원이라는 예산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며 “자기 돈이면 이렇게 쓰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통합시장부터 뽑아놓자는 것인데 통합 이후 시청의 위치나 조직, 재정, 법령 개정 등 아무 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며 “법령 개정만 수백 개에 이르고, 조직·인사·재정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통합시장을 먼저 뽑겠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행정·재정 포퓰리즘으로 차관급 부시장 4명을 두는 구상도 무책임하다”며 “주민투표마저도 없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정부는 앞서 행정통합으로 꾸려질 ‘통합특별시’에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씩을 지원하고, 신설할 가칭 행정통합교부세·행정통합지원금을 포함한 국가재원의 재배분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지원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등은 국세·지방세 비율 개편 언급이 없고 한시적 지원에 그친다고 지적했는데 유 시장 역시 비판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장관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행정가 출신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유 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하 수직관계가 아닌 대등하고 협력하는 관계라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는 “입법부와 행정부 모두 국가의 더 나은 미래와 국민의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일한다는 것은 공통점”이라며 “이 같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입법부는 국민의 요구와 국가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법률을 만들고, 행정부는 법률의 취지를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는 외교, 국방, 안보, 무역 등을 중심으로 통합적인 행정을 하는 것이 본래 기능”이라며 “지방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기 위해 권익을 보호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일하는 영역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런데 아직도 중앙이 과거 관선 지자체시대처럼 지방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상급자로서의 위치를 갖고 있다”며 “이것은 큰 오류”라고 지적했다.


유 시장은 그러면서 중앙정부 중심의 권력 운영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권형 개헌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이라며 “중앙정부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행정통합을 한다고 지방정부에서 바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는 국가우월주의라는 과거의 그릇된 행정 문화를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시장은 현재 지방자치제가 ‘보조금 공화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앙부처들이 각종 국고보조사업과 특구 등을 각기 따로 계획·운영하고 있는 탓에 국가 전체적으로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특별시 공화국’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와 관련 “이미 서울특별시에 강원·전북·제주 모두 특별도고 세종은 특별자치시”라며 “이제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그리고 앞으로 대구·경북까지 특별통합시가 되는 것을 ‘네이밍’을 통해 권력이 인심 쓰는 것 말고 어떤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는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초자치단체 중 고양, 수원, 용인, 화성 등이 특례시고, 영어로 ‘스페셜 시티(Special City)’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사실상 ‘특별시’라는 의미”라면서 “코미디 아니냐. ‘특별’이 남발되는 순간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 평등권은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유 시장은 지방정부에는 중앙정부와 다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인천은 최근 3년간 평균 경제성장률 5.3%를 기록하며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지난해 9월 기준 출생아 수 증가율이 전년 동기 누계 대비 10.2%를 기록하는 등 경제 성장과 인구 성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는데 인천 맞춤형 정책이 유효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출생아 수 증가의 경우 인천형 출생정책 ‘아이플러스(i+) 1억드림’이 신혼부부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산부교통비는 1만3107명, 천사지원금은 1만8814명, 아이 꿈 수당은 3만7505명에게 지원됐으며 취약계층 산모를 위한 맘편한 산후조리비는 1772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임신·출산·양육의 단계적 부담을 덜고,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를 유도하며 시민 체감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 시장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정부에서 투입하는 재원이 1년에 50조가 넘지만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은 세계 236개 국가 중 꼴찌”라며 “중앙부처가 지방의 사정을 살펴보지 않고 보조금을 획일적으로 사용하니까 제대로 효율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i) 플러스 1억드림 등의 정책을 펼치는데 들어간 재정이 인천시 15조 예산의 0.5%가 안 된다”며 “인천의 출생률 증가는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라고 자평했다.

끝으로 유 시장은 “인천의 정책 방향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지난 3년 평균 경제성장률 5.3%…출생아 증가율도 증가

한편 1957년 인천시 송림동 수도국산 달동네에서 태어난 유 시장은 송림초·선인중·제물포고를 졸업한 인천 ‘토박이’다. 1976년 연세대학교 정법대학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뒤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발을 들였다. 1994년 관선 김포군수로 취임했는데 당시 38세로 전국 최연소 군수로 화제가 됐다.

한나라당(전 국민의힘) 입당 후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도 불구하고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포시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데 이어 같은 지역구에서 제19대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다.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역대 인천시장 중 인천 출신으로서 두 번째이자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민선시장으로는 처음이었다. 2022년 재도전에 나서 4년만에 귀환해 제16대 인천시장으로 시정을 맡고 있다.

정리=이홍석·전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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