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배터리 시장 ‘정조준’
SK온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차세대 배터리 관련 포트폴리오를 방산 분야로 확장한다. 전기차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신뢰·고안전성이 요구되는 군수·무인체계 영역으로 사업 외연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과 무인체계용 배터리 공급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잠수정(UUV)용 배터리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럽의 글로벌 방산기업 가운데 일부도 수직이착륙(e-VTOL) 기체와 헬리콥터, 화물기 등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 계약 단계까지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급 사례로 확인되는 것은 현대로템이다. SK온은 현대로템의 차세대 다목적 무인차량 프로그램에 배터리 셀을 공급하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이를 기반으로 모듈·팩을 제작해 무인 차량에 탑재,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무인 차량 ‘HR-셰르파’ 등을 중심으로 AI 기반 자율주행과 군집 제어 기술을 적용하는 등 방산 부문 무인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방산용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출력,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고난도 분야다. 무인잠수정과 무인 차량, 항공 플랫폼은 작전 반경과 체공·운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고에너지 밀도가 요구되고, 급가속·기동·장비 구동을 위한 순간 출력도 필수다. 여기에 충격·진동·온도 변화 등 가혹한 운용 환경을 견뎌야 하는 만큼 신뢰성과 안전성 검증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방산용 배터리가 전체 글로벌 배터리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한 자릿수에 그치지만, 무인화 확산과 함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과 무인로봇, 무인잠수정 등 무인 플랫폼의 실전 활용이 확대되면서 고성능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온은 단기적으로는 고에너지 밀도의 울트라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를, 중장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를 방산 분야 적용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방산용 배터리는 신뢰성·안전성 평가와 검증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본격적인 공급 확대는 이르면 2028년 이후에나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 역량 역시 방산 분야 진출의 잠재적 발판으로 거론된다.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9년으로 제시하고, 대전 미래기술원에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해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메탈 배터리 등을 개발 중이다. 미국 전고체 배터리 전문기업 솔리드파워와의 협력을 통해 셀 설계와 공정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공급받아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방산 무인체계는 시장 규모 자체는 아직 크지 않지만,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점한 기업에 유리한 영역”이라며 “우주나 로봇 배터리 영역처럼 무인화와 피지컬 AI 확산이 맞물릴 경우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