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다카이치 1강’ 체제…개헌·방위력 증강 ‘우경화’ 가속

자민 단독 ‘개헌발의선’ 310석 넘어
보수층, 자민당 회귀…청년·무당파도 흡수
야당 참패…다카이치 장기집권의 길 열려
연립여당 유신회外 참정당 등도 개헌 지지
참의원서도 ‘압승’ 필요…2028 선거 주목
다카이치 “야스쿠니 참배 환경정비 노력”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두번째) 일본 총리이자 여당인 자민당 대표가 지난 8일 도쿄의 자민당 본부에서 총선에서 당선된 후보자의 이름 위에 빨간 종이 장미를 올려놓고 있다. [로이터]

 

자민당이 316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둔 올해 일본의 총선은 ‘다카이치 1강’ 구도를 확인한 선거였다.

선거 압승의 배경은 ‘다카이치’였다. 현지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다카이치 총리와 그 내각에 대한 강한 지지세가 자민당 316석, 유신회 36석 등 연립여당에 총 352석이란 전무한 의석을 안겨주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세습 정치인이 아닌 평민 정치인으로 정계에 파란을 불러왔다는 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솔직하게 소통하는 모습, 관저에서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며 정책을 공부하는 태도 등으로 정치에 관심없던 젊은 유권자나 무당층까지 지지층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3일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했을 때에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으나, 전국 유세를 다니며 ‘강한 일본’을 호소하는 그의 모습에 결국 유권자들이 움직였다. 그가 유세를 위해 이동한 거리는 1만2000㎞가 넘었다.

덕분에 이번 선거는 다카이치 효과가 확실했다. 심지어 자민당이 위기를 맞게 된 원흉이었던 정치 비자금 문제에 연루됐던 후보들도 다카이치의 노선을 걷겠다는 유세로 부활에 성공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前)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의 책임을 물어 제명했던 아베파 의원들을 다카이치 총리는 대거(48명) 되살렸고, 이들 중 상당수가 이번 총선에서 부활에 성공했다.

일부 언론은 예상보다 높았던 투표율도 다카이치의 인기 덕이라 분석했다. 이번 총선은 중의원 해산 후 조기총선이 되는 바람에 1990년 이후 36년만에 치러진 2월 총선이었다. 폭설과 혹한이 겹쳐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024년보다 2%포인트 가량 높은 56.26%를 기록했다.

아사히신문은 “여당이 수의 힘을 갖지 못한 취약 정권에서 ‘다카이치 1강’으로 변한다”며 “국민의 신임이라는 추진력을 얻었다고 본 다카이치 총리는 향후 ‘국론을 양분할’ 정책 수행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사히가 우려한 ‘국론을 양분할’ 정책은 헌법 개정을 에둘러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지난해 10월 연립정권을 구성하면서 향후 개헌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당은 당시 헌법 9조 개정을 위해 조문 기초(起草·초안을 잡음) 협의회를 설치하고, 국회 헌법심사회에도 조문 기초 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일본 헌법 9조는 ‘평화헌법’의 핵심이다. 헌법 9조에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자민당은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이번 선거에서 이를 공약으로도 내세웠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일 유세에서도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에는 자민당, 유신회 뿐 아니라 제2 야당인 국민민주당과 극우파로 분류되는 참정당 등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번 총선으로 개헌 찬성 세력의 의석수 합계는 개헌안 발의선인 310석을 훨씬 웃도는 395석이 됐다.

관건은 향후 참의원에서의 구도다. 개헌을 하려면 중의원 뿐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나와야 한다.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획득해야 개헌이 가능하다.

현재 참의원은 전체 248석 중 자민당이 101석, 유신회가 19석을 차지하고 있다. 둘을 합쳐도 과반(125석)에 미치지 못하는, 여소야대 국면이다. 개헌에 찬성하는 국민민주당(22석)이나 참정당(14석)까지 모여봐도 3분의 2 선은 도달하지 못한다.

개헌은 자민당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숙원’이지만, 개헌발의선을 확보했던 고(故) 아베 신조 전(前) 총리 정권인 2017년에도 이를 발의하지 못했다. 당시 연립여당을 구성했던 자민, 공명당에 우파 야당이었던 유신회까지 합하면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수를 보유한 상태였다.

그러나 형식상의 의석수를 확보했다 해도, 내부 연합이 개헌을 추진할 정도로 공고한지에 대해 확신이 없어 개헌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당시 자민당 내부에서도 안보확대에는 찬성하지만, 헌법 9조 문구 수정에는 신중하려는 중도파·실용파가 적지 않았고, 여론조사에서도 헌법 개정에 대한 찬성이 우세하지 않았다

현재의 국면처럼 여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이라면 ‘내부 단속’도 수월해질 수 있다. 언론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과거 장기 정권을 구축했던 아베 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등과 같이 장기 집권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다카이치 총리는 전설적인 총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존재가 될 것”이라 보도했다. 장기 집권 기조에서 당 내 장악력도 강해지는 만큼, 개헌이 본격적으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당이 직면한 1순위 과제는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참의원은 임기가 6년인데, 3년마다 의원의 절반이 임기를 다해 새로 선거를 치른다. 다음 선거는 오는 2028년 여름이다. 그때까지 다카이치 내각이 지지세를 유지하면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해 개헌을 노려볼만한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여당의 개헌안 발의선 확보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NHK에 출연했으나 개헌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그는 “제가 꼭 심판받고 싶었던 것은 경제 재정 정책을 크게 전환하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며 향후 ‘다카이치노믹스’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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