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금·지출 모두 깎아라” 여론 역대 최고…‘큰 정부’ 반발 확산

사회태도조사서 19% 기록, 역대 평균치 3배
정치 성향별 재정정책·이민문제 양극화도 심화

영국 런던. [EPA]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영국에서 세금과 공공 지출을 모두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1983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격히 팽창한 ‘큰 정부’와 증세 기조에 대한 반감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국가사회연구소(NatCen)의 ‘영국 사회 태도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8~10월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세금과 공공지출 삭감을 원하는 응답률은 19%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평균치(6%)의 세 배를 웃도는 수치다. 반면 빈곤층을 위한 복지 지출 확대를 지지하는 응답은 27%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앨릭스 스콜스 연구소장은 “팩데믹 이후 지속된 국가 규모 확장에 대해 대중이 반발하기 시작했다는 뚜렷한 징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의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은 2019년 80%에서 2024년 94%로 급등하며 1960년대 초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증한 공공 지출 때문이다. 노동당 정부는 2024년 400억 파운드(79조90000억원), 지난해 260억 파운드(51조9000억원) 규모의 증세를 발표한 바 있다.

재정 정책과 관련한 정치적 견해차도 더욱 극명해졌다. 세금·지출 삭감을 선호하는 비율은 우파 성향(보수당과·영국개혁당) 지지층에서 29%였으나, 좌파 성향(노동당·자유민주당·녹색당) 지지층에서는 10%에 불과했다. 양 진영 간 격차(19%포인트)는 2022년(5%P) 대비 크게 벌어졌다.

이민 문제를 둘러싼 인식 더욱 벌어졌다. 이민이 경제에 나쁘다는 질문에 우파 지지층은 57%가 동의했으나, 좌파 지지층은 13%에 그쳤다.

실질적인 삶의 질 저하가 여론 악화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싱크탱크 레졸루션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영국 중하위 소득계층의 가처분 소득 증가율은 유례없이 둔화했다. 연구진은 현재의 소득 증가 속도(연 0.5%)라면 중하위층의 생활 수준이 2배 개선되는 데 137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기준인 40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루스 커티스 레졸루션재단 최고경영자(CEO)는 “가처분 소득의 정체는 내 집 마련의 희망이 사라지고, 근로가 빈곤 탈출의 보증수표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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