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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21세기 들어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만큼이나 획기적이고 엄청난 변화가 있다. 바로 플라스틱병 안에 담긴 물을 사 먹는 게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근대 도시가 형성된 이후 상하수도와 같은 도시 인프라가 만들어지며 물은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공공재’였다. 하지만 불과 40년 만에 ‘병입생수’는 3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글로벌 소비재가 됐다.
쉽고 빠르게 물을 먹을 수 있게 해준 병입생수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 것 이상으로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미국 사회학자인 대니얼 재피 포틀랜드 주립대 교수는 신간 ‘언보틀드(Unbottled)’에서 병입생수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환경 오염과 생태·기후 위기뿐 아니라 불평등과 공공성의 위기, 공중보건의 악화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생수 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기업 페리에가 처음으로 생수 제품을 미국에 들여와 판매한 1978년부터였다. 당시 페리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유럽의 세련된 물’로 여피족(yuppie族, 젊은 도시 전문직) 등 일부 계층에서만 소비됐다. 하지만 페리에가 글로벌 식음료회사 네슬레에 인수되고, 프랑스 식품회사 다논그룹과 미국 음료회사 코카콜라 및 펩시 등 이른바 빅4가 형성되면서 생수시장이 대폭 확장됐다.
병입생수의 대중화는 1970년대 미국의 주요 사회적 변화들과 괘를 같이 한다. 당시 미국은 맞벌이 각의 증가와 함께 노동시간 및 통근 시간 증가, 성역할 변화 등을 겪으며 집에서 식사하는 빈도가 줄고 일회용 식품 및 음료 용기 사용이 급증했다. 여기에 물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빅4 회사들이 생수를 공공 수돗물과 대비시켜 ‘맛이 좋다’거나 ‘위생적으로 안전하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그 결과 1980년대만 해도 미국의 연간 병입생수 소비량은 1인당 7.5ℓ 정도였지만, 2021년 말엔 178ℓ로 23.7배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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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병입생수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우선 누구나 예상하듯 심각한 환경 오염과 함께 생태적, 기후적 위기를 초래했다. 저서에 따르면, 생수 산업으로 인해 매년 5000억 개의 병이 배출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위기가 도래했다. 생수 업체들은 플라스틱병의 재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미국 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7%가 채 안 된다. 심지어 글로벌 전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7%에 불과하다. 생수 회사들이 지하수나 샘물을 뽑아 판매하는 지역은 담수가 고갈되고, 가뭄이 잦아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물 부족을 경험한다.
여기에 병입생수는 공공재로 여겨졌던 물관리를 어렵게 해 수도 인프라를 더욱 낙후시킨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병입생수 소비 증가는 수돗물 소비 감소로 이어지며 정부가 수도 인프라에 투자하는 유인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저소득층은 무방비 상태로 나쁜 수질의 수돗물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들은 수돗물보다 미세 플라스틱이 22배 많은 병입생수에 의존하게 돼 공중 보건 역시 악화할 수 있다.
저자는 병입생수가 야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제시한다. 책 제목에서 보이듯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을 해체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상품으로 취급됐던 물을 공공재로 돌리기 위해 수도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정부 기관이나 공공장소에 병입생수의 판매를 금지하고 무료 식수대를 다시 설치해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 병입생수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에게 마실 물이란 ‘병에 담긴 형태’를 하고 있다고 가르쳐선 안 된다는 생각해서다. 생각해서다. 또 용기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고, 병입 업체들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보틀드/대니얼 재피 지음·김승진 옮김/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