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급증에도 안보심사는 제자리
M&A 통한 기술유출 사례 늘어나
외국계 국내법인 심사 제외 악용도
경제안보체계 전반 점검 지적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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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A기업은 2019년 배터리 사업 진출 목적으로 국내에 법인을 세웠다. 대학 산학협력단과 공동 연구를 하는 명목이었지만, 실체는 달랐다. 국내 주요 배터리업체의 설계도와 연구자료를 빼냈다. 이 기술을 중국 현지 공장 건설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이 국내에 법인을 세우는 ‘그린필드형’ 투자는 안보심사 대상이 아니란 점을 악용한 사례다.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이를 들여다보는 안보심사는 최근 3년간 단 5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심사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최근 관련 법 개정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를 포함, 국내 경제안보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산업통상부가 헤럴드경제의 자료 요청에 따라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3년~2025년) 외국인투자 안보심의 전문위원회(전문위) 사전검토 사례는 총 5건이다. ▷2023년 2건 ▷2024년 1건 ▷2025년 2건으로, 모두 조건부 투자허용을 받았다.
산업통상부는 2022년 안보 심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투자위원회 산하에 전문위를 별도로 개설했다. 전문위의 실제 운용 실적 수치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위 검토가 중요한 이유는 전문위가 외국에 국내 문호를 개방하는 문턱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 안보심사는 ▷외국인 투자자의 직접 신고 ▷주무부 장관 또는 국가정보원장의 요청 ▷산업부 장관의 직권 상정 중 하나에 해당할 때 개시된다. 이 때 전문위가 사전검토를 거쳐 외국인투자위원회가 최종적으로 투자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외국자본의 국내 진입은 점차 느는 추세다. FDI는 2023년 327억1400만달러(약 42조7000억원), 2024년 345억7000만달러(47조1000억원), 2025년 360억5000만달러(51조2000억원)로 증가했다. 3년 새 10% 이상 늘었지만 심사 실적은 사실상 제자리인 셈이다.
이 같은 괴리는 제도의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현행법상 FDI는 국내에 법인이나 공장을 새로 짓는 ‘그린필드형’과 기존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M&A형’으로 나뉜다. 한국은 M&A형 외국인투자 가운데 ▷의결권 50% 이상 취득 ▷방위산업·전략물자·국가기밀·국가핵심기술 등 6개 분야 해당이라는 두 요건을 동시에 모두 충족해야만 심사가 개시된다. 경영권을 확보하지 않거나 법상 지정 기술이 아닐 경우 첨단기업이라도 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안보 목적의 FDI 심사가 강화되는 추세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관련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2015년 21개국에서 2024년 46개국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제도 보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여야는 안보심의를 법률에 명문화하고 소수지분 취득과 우회투자까지 포함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또한 최근 ‘FDI 안보심사제도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안보 심사 대상을 데이터, 인프라, 공급망, 광물, 디지털 기반 산업까지 넓히고 소수 지분 취득, 그린필드 투자, 간접 지배 통한 우회투자도 심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해외에 유출된 한국의 산업기술은 110건이다. 이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가 핵심 기술은 33건에 달했다. 피해 규모는 약 23조 2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