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혹시 시그널? 트럼프 일가, 마러라고서 크립토 세력 과시

트럼프 일가 크립토 전면 등판…정책 프리미엄 기대
은행 우회한 암호화폐 선택, 규제 환경 변화 신호
트럼프 사저 ‘마러라고’에 권력·자금 집결…비트코인 강세 촉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TF]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인 ‘마러라고’ 리조트가 다시 한 번 세계 권력의 무대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정치 집회도, 선거 유세도 아닌 암호화폐였다. 트럼프 일가가 주도하는 암호화폐 벤처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연 첫 컨퍼런스는 트럼프 패밀리의 ‘복귀 선언’이자 세력 과시의 장이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마러라고에는 니키 미나지,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미국 상원의원, 글로벌 자산운용사 수장, 디지털 자산 거물 등 400여 명이 집결했다. 행사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 주최했고, 무대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섰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텔레비전 진행자 에린 몰란과 인터뷰하는 모습[FT]

에릭 트럼프는 연회장 무대에서 “이것은 응징”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은행들이 우리를 몰아내려 했고, 결국 우리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도 “그들은 우리가 조용히 사라지길 바랐지만, 오히려 괴물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아직 규모 면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절대적 강자로 보기는 어렵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1의 시가총액은 약 50억달러로, 테더(1850억달러), 서클(730억달러)과는 격차가 크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암호화폐를 국가 전략의 일부로 끌어올린 미 행정부,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대통령과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취임 전 ‘밈 코인’을 출시했고, 멜라니아 여사 역시 자체 코인을 선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이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세전 기준 약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로고가 새겨진 얼음 조각에 담아 제공되는 칵테일 새우와 굴[FT]

행사장 곳곳에는 ‘트럼프’라는 이름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접시와 냅킨, 타일, 물병까지 모두 트럼프 브랜드였다. 기념품 매장에서는 ‘트럼플리칸’ 모자와 ‘트럼프 2028’ 배지를 판매했다. 대통령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리조트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컨퍼런스의 주요 화두는 암호화폐 법안과 예측 시장, 인공지능(AI)과 자본시장, 스포츠·정치 이벤트 계약이었다. 비트코인과 주요 토큰의 최근 조정 국면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대신 참석자들은 ‘새로운 금융 질서’와 ‘기존 월가와의 경쟁’을 강조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이를 “기존 금융과 신흥세력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싸움”으로 규정했다.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팀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이미 미국 은행업 허가를 신청하며 전통 금융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공동 창립자 잭 폴크먼은 “토큰화된 몰디브 수상 빌라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AI 에이전트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신 쇼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암호화폐 친화적 기조를 유지할 경우, 규제 불확실성 완화와 제도권 편입 기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디지털 자산 가격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치 변수와 정책 변화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 역시 함께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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