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보유현금만 127조원 ‘역대 최대’…대형 M&A 나오나

작년 AI메모리 호황 덕분에 실적 급등
순현금도 3년 만에 100조원대로 회복
독일·미국 회사 4곳 인수, 생산능력 확충올해 로봇·전장 추가 빅딜 여부 주목

HBM 주도권 확보 캐파 확대 박차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가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현금성 자산은 유사시 투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익잉여금 역시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고, 순현금도 3년 만에 1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이 기대되고 있어 더 두둑해질 ‘실탄’을 바탕으로 신성장 분야의 M&A(인수·합병)등 굵직한 미래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익잉여금 첫 400조원 돌파=23일 삼성전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광의의 현금성 자산(연결 기준)은 126조9000억원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으로 불어났다.

기업이 현재 가진 빚을 다 갚고도 남는 현금을 뜻하는 순현금은 100조6000억원을 기록, 반도체 호황기의 끝무렵인 2022년(104조9000억원) 이후 3년 만에 100조원대를 회복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며 메모리 겨울이 찾아온 2023년의 현금성 자산은 91조8000억원, 순현금은 79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실적이 반등하면서 2024년에는 현금성자산 112조6000억원, 순현금 93조3000억원으로 회복했고 작년까지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익구조를 전환했고, AI 서버 수요 폭증으로 AI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범용 D램 가격까지 훌쩍 뛰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333조605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43조6011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4위를 기록했다.

AI발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회사의 이익 누적액인 이익잉여금도 작년 말 역대급으로 올라왔다. 이익잉여금은 402조1356억원으로 전년(370조5132억원) 대비 8.5%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연결 이익잉여금이 4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 50조원 시대를 열었던 지난 2017~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기와 비교해 봐도 지난해 이익잉여금은 약 두 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로봇 등 4대 분야서 ‘빅딜’ 이뤄지나=지난해 삼성전자는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약 8년 만에 대규모 M&A를 재개했다.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룹(15억유로) ▷독일 자동차부품 기업 ZF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사업부(15억유로) ▷미국 마시모사 오디오 사업부(3억5000만달러)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수천억원 규모 추정) 등 4곳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 및 신성장동력 발굴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더욱 큰 규모의 M&A가 성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은 M&A팀을 신설,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에서 근무하며 삼성전자의 굵직한 투자를 주도해 온 안중현 사장을 팀장으로 선임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은 올해 초 열린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을 비롯한 공조·전장·메디컬 테크놀로지를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이 4대 분야에 투자를 늘릴 뿐 아니라 M&A에도 적극 나서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개발(R&D)비에도 막대한 재원을 투입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R&D 비용은 37조7404억원으로, 하루에 1000억원 이상 집행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냈다. 결국 HBM3E에서는 ‘쓴 맛’을 봤던 삼성전자는 HBM4에서는 고객사로부터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을 받으며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HBM 주도권 위한 캐파 확대 박차=아울러 지난해부터 AI 수요 폭발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 선점을 위한 생산능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4공장(P4)에 내년 1분기까지 월 10만~12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D램 생산 라인을 추가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HBM4에 쓰이는 1c D램 라인으로, 최종 완공시 월 약 20만장에 가까운 생산량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월 6만~7만장의 약 3배에 달하는 양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계 불황으로 2024년 공사를 중단했던 경기도 평택5공장(P5) 건설도 1년 만에 재개한 바도 있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 P5는 HBM과 범용 D램, 낸드플래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을 아우르는 ‘메가 팹’이다. 올해 또한 생산 설비 확충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현금을 장기간 쌓아두는 삼성전자의 재무 방침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는 등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같은 과도한 안정성 중시가 상대적으로 주주환원 및 신사업 투자를 미온적으로 만드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높고 사이클을 타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충분한 현금 보유는 불가피하며, 신용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필요시 적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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