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금융 민원 절반이 보험…‘제살깎기’ 판매로 후생 감소”

금감원, 26일 보험사 CEO 간담회 개최
CEO들 불러모아 “소비자보호 책무 명시하라”
소비자보호 지표 KPI 반영·임직원 성과와 연계
수수료 제도안착 TF·GA 운영위험 평가제 신설
불합리한 가정·미래 이익 조기 인식 엄정 대응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모아 보험산업의 질적 전환을 주문했다.

특히 보험 민원이 전체 금융 민원의 절반에 달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소비자 보호 지표를 핵심 경영 원칙으로 삼고 임직원 평가에도 적극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오는 7월 판매수수료 개편 시행을 앞두고 설계사 스카우트 과당경쟁 등 시장 혼탁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서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그리고 14개 주요 보험사 CEO와 만났다.

이 원장은 보험산업이 총자산 1327조원, 수입보험료 183조원 규모로 세계 9위에 이르는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국내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진입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3자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상품 설계와 과도한 모집 수당에 의존한 ‘제살깎기식’ 판매 관행으로 일부 상품에서는 사회적 후생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소비자보호다. 그는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 민원이 약 6만3000건(잠정)으로, 전체 금융 민원의 49%에 달한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소비자 보호를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실천하는 강력한 의지와 일관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보험상품의 설계·제조부터 판매·유지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친 소비자 보호 지표를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고, 분쟁 감축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과 이행을 임직원 성과보상체계와 연계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준법감시인(CCO) 등 상품위원회 위원들의 책무기술서에 상품심사 관련 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책임성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금감원도 보험사 검사 시 추가 인력을 투입해 문제 확산 전 신속히 시정한다는 방침이다.

판매수수료 제도 개편도 핵심 의제였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이후 높은 수수료 중심의 상품 과당경쟁이 심화하면서 보험료 인상과 보험사 건전성 악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에 오는 7월부터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에 대한 1200%룰이 확대 적용되고, 대형 GA에 대한 비교·설명의무가 강화된다. 내년 1월부터는 설계사 판매수수료 분급제가 도입돼 2027~2028년에는 4년 분급, 2029년 1월부터는 7년 분급이 적용된다.

이 원장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 변칙적 시책 설계 등 시장 혼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업계의 자정을 촉구했다. 설계사 대규모 이동에 따른 부당 승환과 사업비 증가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금감원은 ‘판매수수료 제도안착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불건전 영업행위를 모니터링하고 시장 문란 행위에 즉각 대처한다. 아울러 GA 운영위험 평가제도를 신설해 시범운영에 착수한다.

아울러 이 원장은 보험사가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친환경 등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장기투자를 확대해 국가 경제의 구조적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측도 인프라·벤처 투자에 대한 위험계수 조정 등 생산적 금융 확대에 필요한 제도개선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산-부채 현금흐름이 유사한 경우 자산 스프레드를 부채평가 할인율에 가산하는 매칭 조정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무건전성 관리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사모대출 펀드 등 투자위험이 확정되지 않은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세심한 관리를 주문하며,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제도(기본자본비율 50% 기준)와 손해율·사업비 가정 가이드라인 등 새로운 건전성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불합리한 가정으로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을 조기에 과다 인식하는 등 단기성과를 부풀리고 건전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험사 CEO들은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문화 확립에 공감하면서, 판매수수료 개편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2단계 시행의 차질 없는 추진을 건의했다.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다양한 상품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관심과 지원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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