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사 문 미확인, 두 마리 곧장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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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공원에서 지내던 시베리아 호랑이 ‘미호’. [서울대공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대공원에서 사랑받던 암컷 시베리아호랑이 ‘미호’의 폐사 원인으로 사육사의 관리 부실이 지목됐다. 사육사의 문 단속 소홀이 두 호랑이 간에 맹렬한 투쟁을 유발했고, 그 결과로 미호가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27일 서울대공원이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이영실 의원(더불어민주당·중랑1)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호 폐사 사건은 지난 18일 호랑이 입·방사 과정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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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이 미호의 목덜미를 공격하는 모습. [이영실 의원] |
당일 오후 4시 15분쯤 맹수사 A동 내부 방사장에서 미호는 금강과 싸움을 벌이다 심정지 상태에 빠져 폐사했다.
서울대공원 내부 조사 결과 사고 직전 금강을 내부 방사장에 들이는 과정에서 내실에 있던 미호가 먼저 내부 방사장으로 나왔고 금강도 내부 방사장으로 들어온 직후 곧바로 두 호랑이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금강은 지난 1월 기존에 살던 동에서 미호가 살던 동으로 옮겨졌다.
당시 사육사는 금강을 방사장에 넣기 전에 산실문 상태를 확인해야 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한편 당시 주변이 어두웠으며, 다른 사육사가 문을 닫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싸움이 발생한 즉시 사육사가 고압 호스로 물을 뿌리고 대나무 막대로 두 호랑이를 떼어놓으려 시도했으나 성난 호랑이들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약 4분간 금강이 미호의 목덜미를 물고 공격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진료팀이 현장에 도착해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를 시행했을 때 미호는 심정지로 폐사한 뒤였다. 맹수사 폐쇄회로(CC)TV에는 사고 당시 금강이 방사장에 진입한 직후 미호에게 빠르게 접근하며 곧바로 투쟁이 벌어진 장면이 담겼다.
또한 사건 당일 맹수 담당 사육사 A·B 씨 모두 동물 입·방사 시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 지침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사고 당시 각각 구역을 나눠 1인 체계로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서울대공원 자체 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들은 과거에도 근무 여건에 따라 입·방사 업무를 1인 체제로 수행하거나, 마감 시간대에 신속한 입·방사를 위해 1인 체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각각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공원 측은 1월부터 금강·미호가 같은 동을 사용한 경위와 사고 당시 두 호랑이의 정확한 이동 동선을 묻는 질문에 “아직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아 분석, 조사 결과가 확정되면 추후 안내드리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번 사고는 단순한 개체 간 충돌이 아니라, 관리 체계의 반복적 허점이 드러난 사안”이라며 “반복적인 사고는 서울대공원의 안전 불감증이 임계점을 넘었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맹수 관리는 단 한 번의 절차 누락이 치명적 결과로 직결될 수 있는 분야”라며 “현장 여건이나 관행을 이유로 안전 수칙이 탄력적으로 적용돼 온 것은 아닌지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6월 6일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암컷 시베리아 호랑이 미호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폐사했다.
서울대공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미호는 다른 개체와의 투쟁이 발생한 끝에 결국 우리 곁을 떠나게 됐다”며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전 직원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미호는 서울대공원 보유 개체였던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펜자 사이에서 2013년 6월에 태어난 암컷 호랑이다. 호랑이 삼남매 중 막내이자 유일한 암컷으로, ‘아름다운 호랑이’(美虎)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예쁜 외모와 온순한 성격으로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공원 측은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많은 시민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줬던 호랑이였다”며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아 늘 먼저 다가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네던, 사람과의 교감을 좋아하던 특별한 호랑이였다”고 추모했다.
서울대병원은 다음달 1일까지 맹수사와 동물위령비에서 미호 추모공간을 운영한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에 해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