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환율 1500원 돌파…역대 최대 무역적자 재연되나 [중동 위기 확산]

고환율·고유가·고물가 3高 우려
‘러·우 전쟁’ 2022년에도 환율·유가 동시↑
물가는 IMF이후 최고치, 무역적자 최대 기록
환율 1500원·유가 100달러 위협 ‘더블쇼크’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속에 이란이 전 세계 원유 물동량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서울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에 원/달러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급등하고 있다. 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 2022년처럼 물가와 무역수지 등 국내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이란 사태로 원/달러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르는 ‘더블 쇼크’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새벽 야간 거래에서 1506.5원으로 장중 고점을 찍으며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에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다. 주간 거래는 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12.9원 오른 1479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유가도 최근 3거래일 연속 올랐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달러로 전장보다 3.66달러(4.71%)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33달러(4.67%) 상승한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 발발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였던 2022년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르며 한국 경제도 ‘치명상’을 입었다. 환율과 유가의 동반 상승은 물가를 비롯해 무역, 경제성장률 등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초 1200원(주간 종가 기준)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9월 29일에는 연고점인 1439.9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한 달 넘게 1400원 초중반대를 유지하다가 11월이 돼서야 하락세로 전환했다.

원유 가격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2년 초 배럴당 70달러 후반대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다 3월 2일 110달러로 급등한 뒤 9일에는 127.9달러까지 찍었다. 이후 7월 초까지 110달러 선에서 횡보하다가 점차 떨어졌다.

환율과 유가 급등은 그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은은 2021년 11월 2022년 물가 상승률을 2%로 전망했는데 이후 매번 경제전망마다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결국 그해 최종 물가상승률은 5.1%로 1998년(7.5%)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그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두 차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1%에서 3.25%까지 2.25%포인트 높였다.


무역수지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2022년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전년 대비 6.1% 증가한 6839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러·우 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수입액이 전년보다 18.9% 늘어난 여파였다. 당시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은 전체의 26.1%에 달했다.

올해도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022년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에서는 환율과 유가가 각각 10% 오를 경우 물가상승률은 최고 0.6%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은은 올해 연간 두바이유 평균 가격 64달러를 기준으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는데, 100달러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3% 중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연평균 1470원 이상까지 오를 경우에는 4%선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2월 이후 13개월 연속 흑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무역수지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수출액은 0.39% 줄고, 수입액은 2.68%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유가 하락에 원유 수입액이 줄면서 흑자를 뒷받침했는데, 향후 유가가 급등한다면 흑자폭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55억달러였고, 원유수입액은 54억달러였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연간 1000억달러(146조원)가 넘는 비용을 에너지 수입에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무역수지를 악화시킬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22년 러·우 전쟁 당시 국제 유가는 120달러까지 상회한 바 있고, 전 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해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과 달러 강세를 촉발했다”며 “중동 불안과 유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원화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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