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사태 장기화땐 유가·환율 ‘동반 쇼크’…우크라戰처럼 ‘물가 충격’ 오나

2022년 석유류 급등해 물가 최대 1.7%p 올려
중동사태로 국제유가 90달러·환율 상승 압력
유가 100불 넘으면 2~3개월 뒤 상승 압력 본격화
중동 사태 장기화하면 유가 120달러 가능성도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내 석유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오전 서울 도심 내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같은 물가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었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빠르게 뛰었다. 2022년 1월과 2월 각각 3.8%였던 물가 상승률은 전쟁 발발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7월에는 6.3%까지 치솟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고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ℓ당 2100원을 넘어섰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2022년 3월 31.6%, 4월 34.8%, 5월 35.0%, 6월 39.9%, 7월 35.2%를 기록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린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당시보다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러시아산 원유 제재로 인한 간접적인 공급 차질이었지만, 이번에는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수급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 상승은 에너지 가격 충격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변수다.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같은 유가 수준에서도 국내 수입 단가가 더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전기·가스 요금과 운송비, 식품 가격 등으로 연쇄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국내 물가에도 상당한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제유가가 120달러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 2∼3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본격적인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되는 ‘2차 물가 상승’이다. 2022년에도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하반기 들어 빠르게 둔화됐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식료품과 서비스 가격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긴장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올해 2%대 물가 안정 전망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 흐름에 따라 한국 경제의 물가 경로가 다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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