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한 주주환원, 韓 증시 저평가 요인…배당이 주식투자의 본질”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인터뷰
성장 서사보다 주주 존중이 가치 좌우
급등락장 버티는 힘은 투자 철학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는 패가망신의 지름길
주식은 동업…기업과 꾸준히 동행해야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최근 서울 여의도 스마트인컴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진짜 투자는 군중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 곳에 있다”며 “남들이 주목하지 않을 때 깊이 공부해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준 기자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최근 국내 증시를 둘러싼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핵심은 지수나 유행 업종이 아니라 배당과 주주환원에 대한 기업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장을 단순히 오르고 내리는 주가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며 “그동안 기업 내부에만 머물던 자금이 배당과 주주환원을 통해 주주와 가계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원인으로 주주환원 부족을 꼽았다. 기업이 이익을 내고도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에 인색했고, 그 결과 시장 전체가 장기간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한국 증시는 기업이 돈을 벌어도 곳간에만 쌓아두고 주주나 가계로 흘려보내지 않아 돈의 흐름이 막혀 있었다”며 “이제는 제도 개선과 정책 변화로 기업의 이익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투자자들의 기준도 달라졌다고 봤다. 과거에는 실적과 성장성만으로도 기업 평가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주주와 성과를 나누려는 의지가 기업가치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단순히 돈을 잘 버는 기업을 넘어 주주를 존중하는 기업이 진짜 좋은 기업”이라며 “최근 여러 기업에 주주 서한을 보내며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먼저 보는 요소로 배당을 꼽았다. 인공지능(AI), 로봇, 우주 산업 등 성장 산업의 미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성장 서사만으로 투자 정당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배당은 주식투자의 본질이자 목적”이라며 “기업이 돈을 벌었다면 응당 주주에게 그 과실을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은 회사가 돈을 잘 벌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자, 주주를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경영진의 태도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주주에게 돌아갈 몫을 계속 유예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순히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만 찾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의 기준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주주 몫을 챙기려는 기업, 다시 말해 성장과 주주환원을 병행할 수 있는 기업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주주환원에 대한 철학과 지속 가능성”이라며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며 주주와 이익을 나누려는 기업이 앞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근 시장을 이끄는 AI·반도체·이차전지 등 이른바 ‘국민 테마주’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는 유행에 민감한 사회이고, 이런 동조 심리가 주식시장에서는 국민 테마주 열풍으로 나타난다”며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야 할 것 같은 소외 불안(FOMO)이 투자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행이 지난 옷은 버리면 되지만, 유행이 지난 테마주는 계좌에 손실로 남는다”며 “기업의 본질 가치보다 수급과 유행에 기대어 더 비싸게 사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투자라기보다 폭탄 돌리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짜 투자는 군중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 곳에 있다”며 “남들이 주목하지 않을 때 깊이 공부해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방식에 대해서도 일률적인 정답은 없다고 했다. 분산투자와 집중투자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하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중요한 것은 시장 상황보다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아느냐”라며 “투자는 남이 입혀주는 옷이 아니라 스스로 재단해서 입는 맞춤 정장과 같다”고 말했다.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성향인지, 기업 분석에 얼마나 시간을 쓸 수 있는지, 자금의 성격이 어떤지를 먼저 파악해야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도 원칙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내가 이 주식을 샀던 투자 논리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을 때가 가장 중요한 매도 시점”이라며 “가설이 훼손됐다면 손실 중이라도 과감히 인정하고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기업이 충분히 성장해 본질 가치 이상으로 고평가됐거나 시장의 과열이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을 때도 욕심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급락장과 하락장을 버티는 힘은 기술적인 습관보다 투자 철학에서 나온다고도 했다. 그는 “남의 말을 듣고 산 사람은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치열한 공부 끝에 자신만의 철학을 세운 사람은 하락장을 오히려 뿌리를 더 깊게 내리는 기회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선택한 기업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시장의 공포를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투자자의 ‘돈 버는 감각’ 역시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세상을 투자자의 눈으로 해석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봤다.

그는 “길거리의 맛집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과, 저 식자재는 어디서 납품받는지, 프랜차이즈가 가능한 모델인지 질문하는 사람의 미래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돈 버는 감각은 일상을 투자자의 관점으로 다시 보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실패 경험도 언급했다. 증권사 재직 시절 남의 말을 듣고 투자한 기업이 부도를 맞았고, 외환위기 당시 과도한 신용투자로 큰 손실을 겪었던 경험이 이후 투자 원칙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부도가 나면 모든 책임은 결국 투자자 본인에게 돌아온다”며 “그래서 하나라도 정확히 알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레버리지와 신용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며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안전마진을 확보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향후 시장에서도 특정 산업군 자체보다 주주를 대우하는 태도를 갖춘 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대형 인기 업종에 뒤늦게 올라타기보다,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주주환원 의지가 분명한 회사를 선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덩치는 작아도 국내 1등,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제 가치를 찾는 시기가 올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주주환원에 얼마나 진심이냐가 기업가치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을 단순한 매매 수단이 아니라 동업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박 대표는 “진짜 부자는 주가를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기업의 주인이 돼 성장의 과실을 함께한 사람”이라며 “내가 이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어떻게 할지, 내 자식에게 물려줘도 부끄럽지 않은 기업인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공부하고 실행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주식투자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운 시대”라며 “평생 동행할 기업 3~4개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실제로 투자해 보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만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시대인 만큼, 우리 기업과 함께 꾸준히 동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태화 기자

※박영옥은 누구

전북 장수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중학교 졸업 후 서울의 섬유가공공장에서 4년 동안 일했다. 방송통신고등학교 3학년 때 공장을 그만두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신문을 팔면서 입시 공부를 시작했다. 중앙대학교 경영학과에 특수장학생으로 입학한 뒤 재학 중에 증권분석사 시험에 합격하면서 증권가에 발을 내딛었다. 대학을 조기졸업하고 현대투자연구소, 대신증권, 국제투자자문 펀드매니저를 거쳐 1997년 서른여덞의 나이에 교보증권 압구정지점장을 맡았고, 2006년 투자회사 스마트인컴을 설립한 뒤 경영 컨설팅과 투자 업무를 병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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