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 美와 격차 3%P에 불과
개발 속도·비용 경쟁력 美에 앞서
파이프라인도 연 26% ‘질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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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40년 이상 수호해 온 바이오제약 혁신 분야의 절대적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이 단순히 미국 제품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압도적인 임상시험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인용한 글로벌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글로벌 혁신신약 임상시험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5년 46%에 달했던 미국의 점유율은 2025년 33%로 1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2015년 단 4%에 불과했던 중국의 점유율은 2025년 30%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2015년 42%포인트에 달했던 양국의 점유율 격차는 2025년 기준 불과 3%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이는 글로벌 신약 개발의 중심축이 사실상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추격의 핵심 동력은 ‘속도’와 ‘자본 효율성’이다. 중국은 신약 개발을 미국보다 50% 이상 빠르게, 40% 이상 저렴하게 완료하고 있다.
특히 종양(Oncology) 분야 임상 1상의 경우 미국은 평균 26.2개월이 소요되지만, 중국은 17.2개월로 약 9개월이 더 빠르다. 임상 2상 역시 중국(30.2개월)이 미국(37.6개월)보다 7개월 이상 앞선다. 중추신경계(CNS), 감염병, 대사질환 등 전 적응증에 걸친 임상 1상 속도는 중국이 미국보다 평균 53%나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경쟁력은 더욱 위협적이다. 임상 1상을 미국에서 수행할 경우 평균 580만 달러가 소요되지만, 중국에서는 329만 달러면 충분하다.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할 경우 미국 대비 임상 1상은 30~50%, 임상 2상은 15~30%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감염병 분야에서 양국의 비용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다.
중국은 이제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장에서도 미국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최초 혁신 신약(First-in-Class) 파이프라인의 증가세가 매섭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이 2배(1736개→3459개) 증가하는 동안 중국은 3.2배(152개→484개) 늘어났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CAGR)을 보면 중국이 26%로 미국(15%)을 크게 앞질렀다.
이러한 기세라면 전 세계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8%에서 2027년 최대 18%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 허가 건수 또한 지난 5년간 중국이 연평균 2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미국(9%)의 속도를 두 배 이상 추월했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등 혁신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정책이 오히려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PhRMA는 “미국이 40년 이상 지켜온 세계 선두 지위를 유지하려면 최혜국 약가 인하와 같은 규제 중심 정책보다는 세계적 수준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분야의 패권 전쟁이 기술력 대결을 넘어 이제 국가 정책적 생존 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최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