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과 ‘프리드먼 독트린’

특별기고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오랜 기간의 지배적인 답은 비교적 분명했다. 기업의 목적은 주주 수익의 극대화라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1970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주주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프리드먼 독트린’으로 불리는 이 원칙은 이후 수십 년 동안 기업 경영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그러나 최근 기업의 목적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2019년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기업의 목적’ 선언을 통해 기업이 주주뿐 아니라 임직원,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가치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기업 경영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노동자와 공급망, 지역사회와 같은 다양한 참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오는 24일 예정된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이러한 논쟁이 실제 기업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고려아연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기존 경영진 사이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 놓여 있다. 겉으로는 지분 경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을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제련 산업의 특성은 이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제련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와 기술 축적이 필요한 전형적인 장치 산업이다. 공정 안정성과 환경 관리, 안전 문화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는 요소다. 이런 산업에서는 숙련 노동력과 협력업체와의 공급망,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기업 내부에 축적된 ‘관계적 자산’, 즉 사람과 조직에 쌓인 경험과 신뢰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기존 경영진 측은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강조하며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이 기업 경쟁력 유지에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6조6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44년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왔다. 이러한 성과는 이해관계자에 초점을 둔 경영 속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생산 시스템과 조직 역량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노동조합의 지지 역시 이러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자본시장 중심의 접근을 취하며 프리드먼 독트린과 가까운 논리를 따른다. 그러나 최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례는 이러한 프리드먼 독트린의 취지와도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프리드먼이 강조한 것은 기업이 본연의 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그 성과를 주주에게 정당하게 돌려주는 것이 기업의 책무라는 점이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례에서 나타난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은 이러한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투자자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은 이른바 자산 약탈에 가깝다. 본연의 사업 경쟁력을 훼손하면서 투자자 이익만을 추구하는 금융주의적 경영으로서 사업 이익 창출을 근본으로 보는 프리드만 독트린의 취지와도 거리가 멀다.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더욱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이사회는 임의적립금 전환과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지배구조 관련 안건을 상정했다. 이는 개정 상법이 요구하는 소수주주 보호 장치를 반영하는 동시에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주주 환원 정책과 장기 투자 사이의 균형 역시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불완전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규율과 산업의 장기 경쟁력 사이에서 기업 지배구조는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소수주주 보호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곧 있을 주주총회의 결정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목적과 지배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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