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양보로 셧다운 가닥
롯데켐 여수공장과 통합도 예상
석유화학 사업재편 작업의 일환으로 여수 산업단지의 국내 최대 나프타분해시설(NCC)인 여천NCC의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여천NCC의 대주주 중 하나인 한화솔루션이 당초 감축 범위에 보수적이었던 입장에서 선회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산 산단에서 사업재편 1호가 나온 이후에도 한화솔루션과 같이 에틸렌 등 범용 제품 비중이 높은 전통 석유화학 기업들은 통폐합시 상대적으로 손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사업재편 데드라인(3월말)이 다가오면서 각사가 한 발씩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대산 외 나머지 산단의 통폐합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천NCC, 138t 감축 유력=11일 석유화학 및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여수 산단에서는 여천NCC의 2·3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이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여천NCC가 감축하는 에틸렌 생산량은 약 138톤(t)에 이른다. 이후 여천NCC는 롯데케미칼 여수공장과 통합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이 안이 현실화된다면 앞서 정부 승인을 받은 대산 산단 통폐합(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에 이어 두 번째 석유화학 재편 사례가 된다. 다만 이와 관련 산업 당국 관계자는 “아직 여수 산단으로부터 최종안을 제출 받은 바는 없으며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개 폐쇄 주장’ DL케미칼 주장 관철=석유화학 업계와 정부가 사업재편 협약을 맺은 작년 9월 이래 반년 가까이 공회전하던 여수 산단 협상이 이처럼 진척을 보이게 된 데에는 한화솔루션의 양보가 주된 요인이었다는 평가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절반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다. 그동안 양사는 여천NCC 공장 폐쇄 규모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범용 제품인 에틸렌 사업 비중이 큰 한화솔루션은 자체 물량 수급을 위해 공장 1개 폐쇄를, 스페셜티 제품이 많아 에틸렌 생산량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DL케미칼은 2개 폐쇄를 주장해왔다.
여기에 정부의 에틸렌 감축 압박 등이 힘을 보탰다는 해석이다. 각 산단은 지난해 12월 제출했던 사업재편안을 구체화해 이달 말까지 ‘최종안’을 내야 한다. 이를 앞두고 결국 여천NCC를 대규모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전통 석화사들 ‘백기’ 기류=다른 통폐합에서도 전통 석유화학 기업들이 협상 열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여수 산단에선 LG화학·GS칼텍스간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 역시 범용 제품 비중이 높은 LG화학이 불리한 구도라는 평가다. LG화학의 NCC를 GS칼텍스가 인수하는 형태인데, LG화학은 이 과정에서 평가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높게 산정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GS칼텍스와 간극을 보이고 있다.
울산 산단은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 3자 협상이 진행 중이다. 에쓰오일은 9조원 가량을 투입해 180만t 규모의 신규 에틸렌 설비(샤힌 프로젝트)를 울산에 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쓰오일은 최신 설비는 감축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기업들은 이 역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경쟁력이 낮은 설비를 우선 감축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어 향후 협상에서 에쓰오일의 우위가 예상되는 전망이 나온다. 박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