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광주비엔날레가 전하는 ‘변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발표…9월 5일 개막
‘변화’와 ‘실천’…역대 최소 작가로 집중


호추니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1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9월 막을 올리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를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You must change your life)’로 정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예술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역대 가장 적은 수의 작가가 참여해 밀도 있는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계획이다.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1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광주비엔날레는 30년 역사가 지나갔고, 과거 30년을 바탕으로 앞으로 30년을 그려야 하는 분기점에 와 있다. 뭔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하고, 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와 국제 사회가 변화하고 있고 변혁의 시대 같기도 하다. 중요한 시기에 ‘변화’라는 주제로 이번 전시를 잘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는 호추니엔 예술감독과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최경화 큐레이터가 함께하며,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개최된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전시 제목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왔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와 긴급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예술의 변혁적인 힘에 주목한다는 의미다.

1908년 발표된 릴케의 시에는 상상 속의 파편화된 고대 조각상이 등장한다. 이 조각상은 보는 이에게 압도적인 정서적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결단과 삶의 변화를 촉구한다. 강렬한 마주침은 시의 마지막 구절인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문장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이 시는 삶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1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광주는 ‘변화’의 역사 남아 있는 곳”


광주비엔날레는 이러한 가능성에서 출발해 ‘변화’를 하나의 예술적 방법으로 바라보며, 예술가들이 새로운 삶의 방식과 권력의 구조, 관계의 형태를 실험하는 과정을 탐색한다.

호추니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광주비엔날레의 두 가지 핵심 단어는 ‘변화(Change)’와 ‘실천(Practice)’”라고 소개했다.

‘변화’는 다양한 규모와 여러 가지 속도로 일어난다. 극적인 사건이나 역사적인 전환의 순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조용히 지속된다.

호추니엔 감독은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이 다양한 규모와 속도의 ‘변화’를 경험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다양한 현상이 여러 연결을 만들어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라는 질문을 던지기에 광주보다 적합한 곳은 없다. 광주가 지닌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면서 “1980년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자 했던 사람들의 몸에 변화가 남아 있다. 이곳에서 변화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라고 강조했다.

변화는 반복적 실천을 통해 지속된다. 실천은 우리가 살아가고 관계 맺는 방식을 결정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적 실천을 변화에 대응하는 ‘창의적 회복력(creative resilience)’의 살아 있는 사례로 바라본다. 변화라는 경험을 몸으로 겪고 축적한 방법으로서 예술적 실천을 살펴보는 데서 출발한다. 참여 작가들은 개인과 공동체가 겪는 다양한 갈등과 어려움을 물질적, 정신적, 삶의 변형 속에서 탐구한다.

박찬경 ‘만신: 만개의 영혼’. [박찬경 제공]


역대 최소 작가 참여…응축과 집중


이번 비엔날레는 역대 가장 적은 수의 작가가 참여하는 응축된 형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다른 비엔날레와 차별점을 갖는다. 밀도에 집중하고, 여러 작가의 삶과 작업의 흐름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며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한다.

호추니엔 감독은 “비엔날레는 통상적으로 많은 작가의 단일 작품을 모은다. 이를 점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점뿐만 아니라 선으로 제시하려 한다. 이를 통해 개별 작품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예술적 실천의 형태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집중과 역량에서 비롯되는 힘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자원과 관심을 집중해 작품들이 서로 다른 속도와 규모 속에서 펼쳐지도록 하고, 작가와 관객이 보다 깊이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변화가 신체와 사회 전반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핀다. 또한 예술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방향을 다시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는 과정에 주목한다.

재클린 키요미 고크 ‘Variations in Mass Nos. 5, 6, 7’. [사진= 줄리아 페더링길. 카펜터 시각예술센터 제공]


권병준·박찬경·고크·남화연 등 전시


비엔날라 커미션 선정작으로는 권병준과 박찬경이 의례와 사운드, 공동체적 실천을 결합한 신작 ‘불림’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공동체에서 모은 쇠붙이를 녹여 무구를 만들고 이를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사용하는 한국 무속 의례 ‘쇠걸립’에서 출발한다. 광주와 전남 지역의 시민들이 기부한 그릇, 장신구 등 금속 물건이 설치 작업의 재료가 되며, 작가의 조형적, 음향적 과정을 통해 공유되는 소리로 다시 공동체에 돌아온다.

재클린 키요미 고크는 공간의 음향적 효과를 감정과 감각을 증폭시키는 오브제로 확장해 온 작가다. 이번 비엔날레에선 공기압과 피드백 시스템, 기계 장치를 활용한 미로 형태의 공기 구조물 설치와 다채널 테크노 사운드 작업을 선보인다. 작업은 소음을 차단하는 클럽과 같은 환경을 만들며, 감각적으로 차단된 공간이 서서히 숨을 내쉬듯 열리면서 하나의 감정적 건축으로 변모한다.

재클린 키요미 고크, ‘Variations in Mass Nos. 5, 6, 7’, 2024, 비닐, 블로어, 전자장치, 스피커. 협업: 비올라·바이올린, 다니엘 제이콥스; 첼로, 잭 리브스; 3D 디자인, 렛 라루. 설치 전경 이미지 제공: 카펜터 시각예술센터. 사진: 줄리아 페더링길.

남화연의 작업은 18세기 후반 조선에서 서학(가톨릭)이 수용되고 박해 받았던 역사를 바탕으로, 신앙을 통해 여성의 주체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환기한다. 당시 여성들은 신에 대한 헌신을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신체적 실천들을 모색했으며, 이는 유교적 가부장적 질서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작품은 이들의 경험을 과거와 현재가 포개지는 다층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연속된 이야기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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