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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청 |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6·3 지방선거가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후보 선출을 위한 공천 절차에 돌입했고, 예비 후보들은 숨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벽이면 지하철역 앞에 서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한다. 100도 인사를 하며 간절함을 호소하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선거철 풍경이 됐다.
하지만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결국 한 정당에서 선택받는 후보는 단 한 명이다. 면접과 여론조사, 각종 평가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이런 정치의 계절 속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현장을 누비는 친구 A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 친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구청장 선거에 나선 것일까.”
서울의 구청장은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자치구 인구만 해도 적게는 13만 명에서 많게는 70만 명에 이른다. 연간 예산 역시 7000억 원에서 많게는 1조5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구청과 산하기관, 유관기관 직원 수천 명을 이끌며 지역 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막강한 자리다. 지역 개발사업과 생활행정, 복지정책, 인사까지 사실상 지역의 거의 모든 공적 시스템을 총괄한다.
이렇다 보니 구의원, 시의원 출신 정치인뿐 아니라 국회 보좌관, 중앙부처와 서울시 출신 관료, 변호사 등 다양한 인물들이 구청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현직 구청장들 역시 재선과 3선을 목표로 다시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
왜 이들은 이렇게 치열하게 구청장이 되려 하는가?
분명 이유는 있다.
구청장은 지역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지역 개발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주민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성동구청장을 12년을 보낸 정원오 전 구청장은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사례를 지켜보며 많은 정치인들이 더 큰 꿈을 꾸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언젠가는 서울시장을 할 수 있다.”
이런 기대가 후보들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게 만든다.
하지만 구청장이라는 자리는 결코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24시간 주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도시에서는 언제 어디서 어떤 사건과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만, 도시 행정의 책임자는 항상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구청장은 단순히 정치적 인기나 명성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도시행정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람에 대한 태도다.
구청장은 수천 명의 공무원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 정책과 공약은 혼자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직원을 존중하지 못하거나 신뢰하지 않는 지도자는 결국 조직을 흔들게 된다. 실제로 직원들과의 갈등으로 간부들이 사직하면서 논란을 빚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지도자의 기본 인성과 태도의 문제일 수 있다.
한 가정의 가장 역할도 쉽지 않은데, 수천 명의 직원과 수십만 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선거에 나선 후배 A에게 꼭 한 번 묻고 싶다.
“당신은 왜 구청장이 되려고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좋은 구청장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