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조 넘는데 규제 제외…공정위 “엄정 대응”
HDC “독립 운영 기업 단순 누락” 고의성 부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몽규 HDC 회장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계열사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정기 상임위원이 주심을 맡은 소회의 의결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 총수에 대한 고발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해에는 신동원 농심 회장, 올해 초에는 김준기 DB 창업회장이 지정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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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잔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에이치디씨 동일인 정몽규의 지정자료 허위제출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
공정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21년 17개, 2022년 19개, 2023년 19개, 2024년 18개의 계열사를 지정 자료에서 누락했다. 중복을 제외하면 누락된 회사는 총 2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12개 회사는 외삼촌인 박세종 SJG세종 명예회장 일가가, 나머지 8개는 여동생 정유경 씨와 그의 남편 김종엽 인트란스해운 대표 일가가 각각 지배하는 기업으로 파악됐다.
정 회장의 지정 자료 허위 제출은 그가 HDC 동일인으로 지정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최대 19년간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공정위는 공소시효가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2021년 이후의 누락분만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오랜 기간 총수로 재직하며 친족과의 교류가 지속된 점을 근거로, 계열사 누락 사실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동생 일가 관련 8개 회사는 ‘현저’, 외삼촌 일가 관련 12개 회사는 ‘상당’ 수준으로 인식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HDC 내부에서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과 비서진이 친족 회사 누락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회사들로부터 계열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한 뒤 예상 제재 수준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움직임은 2021년 초 공정위가 정몽진 KCC 회장을 유사한 사안으로 고발한 이후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 회장이 관련 보고를 받고 해당 친족을 직접 만나보도록 지시한 정황도 드러나, 공정위는 이번 누락을 고의적 행위로 판단했다.
누락된 회사들의 자산 규모는 총 1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서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특히 박세종 명예회장 일가가 소유한 전시업체 쿤스트할레는 HDC 계열사와 건물 관리 업무를 중심으로 장기간 거래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HDC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HDC는 “문제가 된 SJG세종과 인트란스해운 및 그 계열사들은 동일인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고, 1999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거래나 채무보증 관계도 없었다”며 “2025년 공정위로부터 친족 독립경영을 공식 인정받아 실질적으로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회사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회사들은 지분 보유나 거래관계 없이 처음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친족 기업으로, 이번 사안은 신고 과정에서의 단순 누락에 불과하다”며 “동일인이 고의로 은폐할 의도나 동기는 없었다는 점을 소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