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뛰어들었다…K-비만약 시장, 기술·자본 ‘무한 경쟁’ 돌입

삼성바이오, 지주사 주도 삼각편대…장기지속 기술 확보
셀트리온, 4중 작용제·경구제 투트랙 개발 가속
한미·대웅·일동 제형 혁신…289조원 시장 조준
릴리, 중국에 4조원 투자…글로벌 공세 격화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경쟁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한미약품과 셀트리온 등 기존 선두주자들이 속도와 제형 혁신을 앞세워 시장을 다져온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까지 그룹사 차원의 역량을 결집한 ‘삼각편대’ 구조로 가세하며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삼성, ‘지주사-자회사-연구소’ 잇는 삼각편대 출격


삼성바이오에피스 김경아 사장(가운데), 홍성원 부사장(왼쪽, 에피스넥스랩 대표),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오른쪽)가 16일 바이오 신약 및 기술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은 지투지바이오와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정점으로 한 전략적 ‘삼각편대’가 가동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우선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투지바이오에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를 단행하며 재무적 파트너십과 사업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 의약품 개발 전문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투지바이오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도입해 제품화를 추진하며, 바이오 기술 플랫폼 개발사인 에피스넥스랩은 장기 약효 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구조다.

이들 삼각편대가 주목한 기술은 지투지바이오의 ‘미세구체(microsphere)’ 기반 약물 전달 기술이다. 기존 주사제의 투약 빈도를 획기적으로 줄여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 등 후보물질 2종에 대한 독점적 개발권을 확보하며 플랫폼 기술 구축을 본격화했다.

셀트리온, ‘4중 작용’과 ‘투트랙’으로 체급 차별화


셀트리온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은 기존 치료제와 궤를 달리하는 ‘기술적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시장의 주류인 2~3중 작용제를 넘어선 ‘4중 작용 주사제(CT-G32)’와 투약 편의성을 극대화한 ‘다중 작용 경구제’를 동시에 개발하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이 핵심이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 CT-G32는 4중 타깃에 동시에 작용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 신약을 지향한다. 단순한 식욕 억제와 체중 감량을 넘어 ▷지방 분해 촉진 ▷에너지 대사 조절 ▷근손실 방지까지 아우르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GLP-1 계열 약물의 한계로 지적됐던 개인별 효능 편차와 근육 감소 부작용을 기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셀트리온은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개발 중인 다중 작용 경구제는 글로벌 경쟁사들이 단일 타깃에 작용하는 것과 달리, GLP-1 수용체를 포함한 다중 타깃에 작용하도록 설계되어 차별화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복용 편의성을 높여 장기 유지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을 공략할 방침이며, 오는 2028년 하반기 IND 제출이 목표다.

속도와 편의성… K-바이오, 기술로 시장 재편


제약업계의 비만치료제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존 주사제형에서 편의성과 효과를 강화한 알약(왼쪽)과 패치(오른쪽) 형태 개발도 치열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존의 선두주자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앞세워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비만 치료제 중 가장 빠른 상용화 속도를 자랑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필두로, 위 절제술에 버금가는 효과를 목표로 하는 삼중작용제 ‘HM15275’의 임상 2상에 돌입했다.

대웅제약과 일동제약은 환자의 ‘편의성’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대웅제약은 주 1회 부착으로 통증 없이 약물을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기술을, 일동제약의 유노비아는 1일 1회 복용으로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경구용 합성 신약’을 통해 주사제 중심의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빅파마 릴리, ‘차이나 머니’ 투입해 물량 공세


국내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벌리는 사이,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는 거대 자본을 앞세워 공급망 확장에 나섰다. 릴리는 지난 3월 11일 중국 내 공급망 역량 확대를 위해 향후 10년간 총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최초의 경구용 소분자 GLP-1 제제인 ‘오르포글리프론’의 현지 생산 및 공급 시스템 구축에 있다. 릴리는 중국 현지 위탁개발생산(CDMO)인 파마론 케미컬에 2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여러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여 대규모 생산 능력을 확보, 5억명 이상의 과체중 및 비만 인구를 보유한 중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오르포글리프론은 오는 4월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가 장악한 289조원 시장에서 국산 기술들이 얼마나 차별화된 임상 데이터를 내놓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