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AI 도입 노사대화 선도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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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건너편에 위치한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모습. [헤럴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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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가 조선소 내 폐쇄회로(CC)TV 설치 문제를 두고 노조와 법적 공방을 벌인 HD현대중공업을 AI 관련 노사 협의의 실패 사례로 지목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와 사전 협의 없이 CCTV 설치”=19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ILO는 지난해 발간한 ‘AI와 알고리즘 관리에 관한 사회적 대화의 글로벌 사례 연구(Global case studies of social dialogue on AI and algorithmic managemetnt)’ 보고서에서 HD현대중공업을 포함한 5개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분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여기에서 이들 기업 중 유일하게 노사 협의에 실패한 사례로 언급됐다. ILO는 보고서에서 “회사(HD현대중공업)는 2024년 노동자들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채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안전 출입 시스템을 설치했다”며 “이 자동화된 출입 시스템은 사내 하청 노동자의 높은 이직률과 취약한 안전·보안 관리 문제 때문에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CCTV 설치에 반발해 무단으로 철거한 혐의로 고소됐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법원은 1심 판결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도 ILO와 마찬가지로, CCTV를 설치하기 전에 사측이 노조를 충분히 설득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회사 “하청 노동자 93% 동의”…노조 “압박 있었을 것”=ILO는 이어 “HD현대중공업 하청업체들은 얼굴인식 시스템 도입을 위한 동의 절차를 진행했고, 191개 하청업체 모두가 동의했으며 개별 하청 노동자의 93%가 동의서에 서명했다”며 “그러나 노조는 하청 노동자의 불안정한 고용 상황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관리자 압박 속에서 동의서에 서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LO는 “알고리즘 기반 관리 도구와 관련된 감시를 제한하기 위한 캠페인에서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적 권리와 노동자 연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조선산업 디지털 전환과 작업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올해 2월 노사 공동협의체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며 “AI 기술 도입에 대비해 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노사 대화 창구를 연 사례”라고 해명했다.
▶美는 카지노 업계도 ‘AI 도입 전 노조 협의’ 명시=ILO가 분석한 나머지 4개 사례는 ▷SAG-AFTRA(미국 배우노조) ▷독일 도이치텔레콤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업계 ▷케냐 콘텐츠 모더레이터 노조다. 이들은 모두 업계 혹은 회사와 AI 도입 수준을 조율하거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합의에 이른 사례다.
이중 도이치텔레콤과 미국 카지노 업계가 HD현대중공업과 비슷하게 ‘노동자 감시’ 문제를 다뤘다.
도이치텔레콤은 독일의 통합 서비스 노조 Ver.di(베르디)와 맺은 단체협약에는 노동자의 개인정보 보호, 노동 감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AI 도구 사용을 억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회사는 디지털화 계획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신기술을 구매하기 전에 노조와 협의해 노동자에 미칠 위혐을 평가한다.
미국 카지노 업계에는 호텔이나 카지노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컬리너리 유리온(Culinary union)이란 단체가 있다. 이들 역시 회사의 알고리즘 관리가 노동자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회사별 단체협약을 맺을 때 자동화 신기술이나 알고리즘 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도록 하고 있다. ILO는 “알고리즘 기반 노동관리를 규제하기 위해 단체협약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