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협회 “소매업자가 책임 뒤집어써”
정유업계 “유가 상승분 온전히 전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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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가 급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민병덕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중동 긴장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기름값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석유 유통의 양 축인 주유소업계와 정유업계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웠다. 주유소업계는 정유사에 유리한 유통 구조가 기름값 고공행진을 부추긴다고 성토한 반면, 정유사는 원유 도입 차질이라는 위기에서도 손실을 감수하며 공급 안정에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안승배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유가급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기름값이 왜 이렇게 빨리 올랐느냐는 국민 불만이 주유소에 쏠리지만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소매 유통업”이라며 “가격은 공급 가격과 유류세 정산 구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유소와 정유사 간 전량구매계약 때문에 더 저렴한 제품이 있어도 타사 제품을 선택할 자유가 없어 정유사 간 경쟁이 유통 현장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며 “알뜰주유소는 현물 시장을 통해 유연한 구매가 가능한 반면, 일반 주유소만 100% 구매처를 묶는 구조는 경쟁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가격을 출하 시점에 확정하지 않고, 향후 국제 유가 변동분을 반영해 최종 정산가격을 결정하는 사후정산 방식이 기름값 폭등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안 협회장은 “매입 단가가 확정되지 않으면 주유소는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정유사 공급 가격의 불확실성과 정산 시차가 만들어낸 결과인데 소매업자가 책임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정유업계는 엄중한 수급 상황에서 가격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전까지는 유가 상승을 소비자에 온전히 전가하지 않고 기업 차원에서 방어막 역할을 했다고도 강조했다.
이건명 에쓰오일 부사장은 “소비자와 주유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공급가 산정 시 국제 휘발유 가격은 60% 올랐지만 (에쓰오일의) 공급가는 11% 인상 수준에 그쳤다”며 “경유도 국제 가격이 100% 올랐지만 공급 가격은 22% 수준만 올리는 등 회사 손실로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현재 대규모 공장 정비로 생산량이 줄어 수급이 타이트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 지장이 크다고도 전했다.
박치웅 HD현대오일뱅크 전무도 “4월 공장 정기보수를 앞둔 상태에서 유례 없는 유가 급등과 원유 도입 차질로 혼란스럽고 당황스럽다”면서도 “물가·시장 안정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도 선도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윤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은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국내 시장과 산업 영향이 커, 수급 안정이 핵심 과제“라며 ”24시간 비상 체제로 원유 수급 문제를 풀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 평균가 대비 낮은 가격으로 공급 중이지만, 직영 주유소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영모 GS칼텍스 상무는 “아직 지닌 민간재고를 활용해 공급하고 있지만 상황이 엄중하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지 않는다면, (석유화학제품 원재료) 납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정유사 공급분 외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서 들여오는 납사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