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뛰었을 뿐인데…내 월세, 왜 오르는 걸까? [세모금]

건설비→분양가→임대료 ‘연쇄 상승’ 우려
전세의 월세화 속도…임대차 시장 ‘다중 압박’


24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5440선, 원/달러 환율이 1490선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다중노출 합성 촬영.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원/달러 환율이 2009년 이후 17년만에 1500원선을 돌파하면서 주거비 상승 압박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상승이 건설 원가를 끌어올리면서 분양가 상승과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여기에 금리와 물가까지 자극할 경우 고환율발 ‘월세 쇼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값 밀어올리는 고환율…임대인 금융비용, 세입자 임차료에 전가


환율이 오르면 수입건설자재 가격이 올라 주택의 제조원가, 즉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분양가가 오르면 아파트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환율 상승이 건설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건설 부문 생산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의뢰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이 되면 국내 건설 부문 생산비는 2023년(평균환율 1305.9원)보다 3.34%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 제공]


기존 주택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나 관리비 상승도 불가피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주거비는 건물 사용에 따른 감가상각을 전제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환율 상승이 물가와 물류비를 자극하면 유리, 내장재 등 구축 건물의 유지비도 올라가고, 결국 세입자의 임차료에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환율은 금융 비용 부담도 가중시킨다.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리면 주택담보대출 이자, 건설자금조달 비용 등 이와 관련한 금융비용도 덩달아 오른다. 임대인은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임대료를 높일 수밖에 없다.


월세 150만원 시대…전세 급감에 월세난 심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예고 등의 영향으로 월세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50만4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12% 오른 수준으로, 2018년 이후로는 최대 상승세다.

주거비 부담이 늘고 있지만, 월세가 떨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전세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월세로 이동한 영향이다. 최근 환율 상황도 임차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서울 임대차 시장은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등 거래규제, 집주인에 대한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월세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놓기 어렵게 되자 기존 세입자들도 계약을 갱신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월에 계약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가운데 갱신계약 비중은 48.2%로 지난해 연평균(41.2%) 대비 7%포인트(p)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 낀 매물’은 거래가 제한되면서 집주인들이 일부러 집을 공실로 두는 경우도 있다”며 “임차인이 들어갈 수 있는 매물 자체가 계속 줄어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세 품귀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1만6880건으로 1년 전(2만8110건) 대비 40% 줄었다. 같은 기간 월세 물량도 1만5575건으로 1년 전(1만8204건)보다 14.5% 줄었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월세 수요가 늘면서 임대료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개편이 예고되면서 임대인이 월세 증액으로 세금 부담을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해 보증금 인상분 대신 월세로 임대료를 요구하는 임대인도 늘 것”이라며 “각종 부대비용, 주택 유지 비용을 전가하기 위해 관리비를 ‘꼼수 인상’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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